정치 의리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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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치 의리 공무원
  • 입력 : 2014. 07.22(화) 00:00
민선 6기가 시작된 지 4주째를 맞는다. 지자체마다 지역발전을 모색하고, 주민을 하늘같이 모시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어서 열의와 열정이 전해진다.

단체장들은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몇몇 지자체의 직원 인사를 보면 초장부터 역대 민선시대 적폐가 저절로 오버랩된다.

이런 불신감에는 정치공무원들의 논공행상, 보복인사 등 음습함이 깔려있다. 이달초 나주발 간부급 전보인사는 지역관가를 강타한 폭탄이었다. 민선 5기에서 국장직에 있었던 4급 간부 1명은 보직없이 총무과로 대기발령 됐고, 또 5급 1명은 종합민원과로 좌천시켰다.

이들은 지난 6ㆍ4선거에서 낙선한 임성훈 전 시장 재임시 승진했거나 영전했다. 어쨌든 강인규 시장이 취임식에서 약속한 갈등을 치유하고 상생과 화합을 이루겠다는 엄숙한 선서와 취임사는 모양새를 구겼다. 강 시장으로서는 취임후 첫 작품으로 단행한 인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정치적 인사로 비쳐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겠다. 이들이 지난번 선거에서 특정후보를 지원했는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별다른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손 볼 대상으로 찍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한 취임후 첫 정기인사가 대폭으로 이뤄진 영광군도 승진과 좌천, 전보제한 무시 등을 놓고 선거 이후 논공행상 차원의 인사로서 뒷말이 무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만난 전남의 한 지방자치단체의 6급 직원은 민선시대 공직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소상하게 들려줬다. 공무원생활 20년 이상인 그는 공무원 인사권을 쥐고 있는 단체장에게 한번 찍히면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 간 끝나버리니 선거때마다 후보들의 캠프를 기웃거리고, 줄을 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줄타기를 하다 결국 양다리를 걸치게 된다는 얘기에서는 민선시대 공직사회의 감춰진 실상을 듣는 것같아 씁쓸해졌다.

그 역시 당시 현직을 부각시키는 홍보기획업무를 맡고 있었기에 군수가 바뀌어져 향후 인사에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심란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용부 보성군수는 선거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이 오죽이나 심했다고 판단했으면 취임식에서 "정치공무원은 떠나라"고 일갈한 것도 공무원의 줄서기가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단체장 입장에서 험악한 선거과정을 생각하면 당연히 자신을 도와준 이를 중용하는 것은 인지상정일것이다. 하지만 장안의 화제인 '의리'에 빗댄다면 이는 과녁을 한참 빗나간 것같다. 단체장은 지구촌시대에서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전세계에 지역을 세일즈하는 주식회사 사장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수많은 지역과 경쟁하기 위해선 기획력, 판단력, 리더십 등이 두루 갖춰져야 가능하다. 지역발전의 CEO로서 성과들이 탁월하면 공무원을 줄세우지 않고도 재선, 3선을 보장받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면 당연히 참모의 머리라도 빌려야 풀어낼 수 있는 숙제들이다. 단언컨대 의리를 앞세운 직원들의 줄서기로는 경쟁력을 가질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과연 본인의 회사라면 능력도 없는 직원을 불편한 의리를 앞세워 등용할 수 있겠는가. 이러니 상생과 화합을 말하고, 지역민의 재산을 지키겠다고 말해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선출직 공무원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매우 거창하고 그럴 듯 하나 속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지극히 좁고 이기적이다. 아름답고 그럴듯한 대의명분속에는 개인의 명예나 권력, 가문이나 동문의 영광 등에 집착한 것들이 많다. 실제로 기회가 오면 잔인하게 복수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그들에게는 염치, 부끄러움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부족한 것이 보통이다. 쉽게 말해 뻔뻔하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허위적이고 이중성을 견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무원들의 바른 마음가짐 뿐이다. 역설적이지만 지역민의 재산과 올바른 지역발전을 이끄는 중심은 직업공무원일 수밖에 없다. 쉽지만 않겠지만 단체장의 부당한 지시나 정책에 아니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공직자를 보고싶다.

이용규 지역사회부장 yglee@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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