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눈물 흘릴 때마다 뒤돌아서 울었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
"유족들 눈물 흘릴 때마다 뒤돌아서 울었죠"
■ 팽목항 실종자 가족 곁 지킨 경찰관의 100일
김현철 광주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입력 : 2014. 07.24(목) 00:00
얼마 전, 방파제에서 근무하던 날 단원고 남학생 실종자 어머니가 나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의 꿈이 경찰이었다는 말과 함께 사진이 담긴 수첩을 조심스럽게 보여줬다.

지쳐가고 힘든 날들 속에서도 사진 속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그 옅은 미소는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그 어머니는 안타깝게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의 귀환 소식을 기다리며 오늘도 여전히 진도 앞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됐다는 특보가 각 언론에서 전해졌다. 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급하게 경찰버스에 몸을 실었다.

가족들은 그토록 무사생환을 간절히 기도했지만 그 차가운 바다는 무심했다. 단 한명의 구조자도 없었다. 이후 팽목항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백일 중에 절반을 팽목항에서 머물렀던 경찰관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마도 사고발생 후 닷새가 지났을 쯤 신원확인소 앞에서 근무했을 때가 아니었는지 잠시 떠올려본다. 수습된 시신이 해경 경비함정을 통해 잇따라 도착해 신원을 확인한 가족들의 탄식과 하늘을 원망하는 오열이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자신의 딸과 아들의 이름을 수없이 부르며 통곡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가슴이 미어지게 만들었다. 경찰관이기에 앞서 사랑하는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아버지로서 애써 억눌렀던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마르지 않은 눈물과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슬픔으로 결국 실신해서 구급차로 후송된 가족들. 그들을 지켜보는 순간마다 나도 모르게 흘린 눈물을 감추기 위해 근무모를 다시 한 번 눌러쓰고 고개를 돌렸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너무나 안타깝고 고귀한 분들이 희생됐다. 하지만, 슬픔에 잠겨있는 가족들에게 경찰관으로서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어 죄송한 마음이 그지없다.

경찰이라는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 학생. 그 친구를 가슴 속에 간직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국민의 가장 가까이서 달려갈 마음의 끈을 다시 멘다.
사회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