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대한민국 "다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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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대한민국 "다 바꿔"
세월호 참사 그후 100일째…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
  • 입력 : 2014. 07.24(목) 00:00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슬픈 리본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실종자들의 이름이 적힌 노란깃발과 불밝힌 연등이 석양과 함께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대한민국의 일상을 일순에 멈추게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4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가란 무엇인가'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 수많은 질문도 남겼다. 그 속에서 우리는 속도와 경쟁에 밀려 간과했던 '작은 가치'의 소중함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이나 안전과 변화의 필요성 등이었다. 희생된 304명 소중한 생명이 살아남은 우리에게 남긴 숙제였고, 가르침이었다.

국격 붕괴… 다시 돌아보는 리더십

'국가란 무엇인가'는 세월호 침몰이 우리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세월호 사고 초기부터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고위 공직자들은 피해자 가족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샀다. 희생자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가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국격(國格)의 붕괴였다. 붕괴는 불신으로 이어졌다. 수사기관도 신뢰를 잃었고, 언론도 정부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며 오보를 내 실종자 가족을 더 아프게 했다. '세월호 침몰'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아픔이었고,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최정기 교수는 "사건발생부터 처리 과정까지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유병언 수사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여부를 떠나 신뢰를 하지 않게 된 것이 세월호 참사가 남긴 가장 큰 아픔이다. 장관 임명과정도 청문회를 피해가자는 식으로만 보일 정도다"고 지적했다.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김균수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초기 구조의 난맥상, 관리 및 감독의 부실, 진상규명 및 정부 약속에 대한 불신 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다"고 규정했다.

속도ㆍ경쟁에서 안전ㆍ안심으로

안전은 세월호 침몰이 던진 엄중한 과제 중 하나였다. 안전은 이제 모두의 화두가 됐다. 안전 공약이 홍수를 이뤘던 지방선거까지 거치면서 모두의 뇌리에 안전의식이 깊이 박혔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경쟁과 속도에 사람을 몰아넣었다.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는 한때 한국 경제 부흥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속에서 안전과 안심은 뒷전으로 밀렸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안전과 안심에 대해 되돌아보게 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정기 교수는 "제도가 없어서 생긴 안전불감은 아니다"며 "지금까지 어영부영 해왔던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소중한 가족애 일깨우다

세월호는 평소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등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도 됐다. 세월호 침몰 직전 단원고 학생이 엄마에게 보낸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 아들의 긴박한 상황을 몰랐던 엄마도 '사랑한다'는 말로 화답했다. 엄마와 아들의 짧은 대화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세월호 사건은 성장중심, 경제중심, 돈중심이었던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까 뒤집었고, 세월호 사건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가족에 대한 가치 등 그동안 잊혀졌던 작은 가치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앵그리맘이 연 진보교육감 시대

이른바 진보교육감 시대의 개막도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것 중 하나다.

세월호 참사는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ㆍ4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로 하여금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후보를 선택했다. 자치단체장은 보수를 택하면서도 교육감은 진보를 택한 곳이 한 두곳이 아니었다.

최정기 교수는 "경쟁교육이나 우월성 교육보다는 사람중심, 인간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30ㆍ40대 학부모들이 진보교육감을 택한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교육을 바꿀 기회를 진보교육감에게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남대 심리학과 한규석 교수는 "이번 사건은 누구나 다 (국가나 사회가) 바뀌어야 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며 "이제는 인식만이 아니라 노력하는 실천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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