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아무것도 못해줘 미안해…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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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0일 동안 아무것도 못해줘 미안해…돌아와줘"
실종자 유족들의 100일
눈뜨나 감으나 생각나
실내체육관 싫지만 집
하루 5~6번 팽목항 찾아
  • 입력 : 2014. 07.25(금) 00:00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째인 24일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다윤아, 미안하고 사랑한다. 100일 동안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그렇지만 어서 돌아와줘."

24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오랜만에 분 냄새가 퍼졌다.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18ㆍ실종자)양의 엄마와 다윤이의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이 화장을 하고 있었던 것.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초췌하기만 보이던 다윤이의 엄마가 이날 낮 12시40분께 '꽃단장'을 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16일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여태껏 돌아오지 않는 다윤이를 위해서였다.

화장하는 중간 중간 엄마들은 서로에게 농담도 던졌다. 다윤이의 엄마는 "빨리해. 얼굴에 썬크림도 좀 바르고 그래"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엄마는 "비도 오는데 무슨 썬 크림이야"라고 맞받아치며 웃음 지었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와 웃음이었지만, 마치 평범한 가족들의 일상처럼 느껴졌다.

옆에서 조용이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윤이의 아빠 흥환(50)씨와 다윤이의 친구이자 자신들의 아들ㆍ딸을 찾아 장례를 치르고 다시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다른 아빠들도 모처럼 깔끔한 옷을 서둘러 입고 있었다.

이처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100일째 이어오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 학부모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날 오후 2시 팽목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특히나 다윤이의 부모는 실종자들의 복귀를 염원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날 행사가 무척 특별하다. 다윤이의 얼굴을 못 본지도 어느덧 백하루만이기 때문.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에 검게 그을리고 수척한 모습의 흥환씨는 "눈뜨면 하루 기다리고 눈 감으면 생각난다"며 "여기 있는 부모들, 가족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고 했다.

다윤이네 가족은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지옥과 같은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남들과 같이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염원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또 진도실내체육관이 무척이나 싫지만 이제는 '집'이나 다름없는 곳이 됐고, 팽목항은 하루에도 5~6번 찾게 되는 '슬픔의 공간'이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윤이네 가족 곁에는 함께 아픔을 나눴고, 또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다윤이의 친구인 같은 반 학부모들과 늘 곁에서 끼니를 챙겨주고, 아픈 곳은 없는지 살펴주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오후 1시15분께 분주하게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마친 흥환씨에게 가족처럼 가까워진 한 여성 자원봉사자가 불현듯 질문을 던졌다. "오늘 팽목항에 가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다윤이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이냐고…."

흥환씨는 "다윤아, 미안하고 사랑한다. 100일 동안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어서 돌아와 주렴"이라고 답했다.

다윤이네 가족과 희생자 부모들이 차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이 자원봉사자는 활짝 웃으며 연신 잘 다녀오라고 했다.

100일이 지나도록 이런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팽목항 앞 바다는 오늘도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출렁이고만 있다.

공국진 기자 gjg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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