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믿어볼까?" vs "미워도 다시 2번"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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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역발전 믿어볼까?" vs "미워도 다시 2번" 팽팽
순천ㆍ곡성 국회의원 보선 흔들리는 표심… 현지 르포
이정현 찍을 것
국가정원ㆍ순천대 의대…
막대한 예산ㆍ노력 들어
힘있는 여당 일꾼 필요
임기2년 …기회 줘봐야
서갑원 찍을 것
끔찍했던 세월호 참사
관ㆍ해피아 잇단 비리
투표로 정권심판해야
막상 찍을 땐 2번 선택
  • 입력 : 2014. 07.25(금) 00:00
<그림1오른쪽>7ㆍ30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24일 오후 6시께 순천시 조례동의 한 대형 마트 앞. 유세차에 홀로 탄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이 이정현이 온몸을 던져 호남을 위해 예산을 끌어오겠다. 예산 폭탄으로 지역 발전을 10년 앞당기겠다 "며 열변을 토했다. 낮최고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속에서도 청중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이 후보의 연설에 호응해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추미애 의원과 함께 순천시 왕조동 상가에서 지지 유세를 펼쳤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는 호남 사람은 요직에 하나도 없다. 이 정부의 호남 출신 실세라는 자가 표를 달라고하는데 말이 되느냐"며 "집권 세력의 오만을 심판해달라"고 외쳤다. 길을 가던 행인들은 '옳소'라며 호응했다.

이처럼 순천과 곡성에선 '여의도 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간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민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힘 있는 일꾼론'의 이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서 후보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순천시 장천동 '순천종합버스 터미널'. 순천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박모씨는 이 후보에 대해 호감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같으면 술집이나 식당에서 새누리당 이야기를 하면 시비가 붙었는데 지금은 시비도 없고 오히려 동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택시를 타는 손님들도 거부감 없이 이정현 후보에 대해 호의적으로 이야기 하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대폭 끌어와 획기적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이 후보의 여론 몰이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그림2왼쪽>시민 윤모(40ㆍ여ㆍ순천시 조례동)씨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순천정원박람회 국가정원 지정과 순천대 의대 설립, 여수ㆍ순천ㆍ광양ㆍ여수의 도시통합에 대해 기대가 높다"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가능한데, 이만한 예산을 끌어올 사람은 아무래도 야당보다는 여당쪽 후보가 적당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보궐선거 당선자의 임기가 2년이라는 점도 이 후보입장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금호고속 운전기사 김모씨는 "민주당 텃밭에서 여당후보를 찍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2년짜리 임기이다 보니 '평가'차원에서 한번쯤 기회를 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후보 또한 방송사 토론회에서 "19대 국회의원 잔여 임기 1년 6개월 동안 이 이정현을 한번 써보고 그 다음에 다시 평가해달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이 후보가 새정치의 견고한 텃밭 민심의 벽을 넘을 지는 두고볼 일이다. 무엇보다 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최악의 참사였던 '세월호 침몰'과 '인사 참사' 이후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자식을 기르고 있는 40대들은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며 서 후보를 지지했다.

이모(48ㆍ순천 연향동)씨는 "끔찍했던 세월호 참사를 겪고 관피아ㆍ해피아 등 정부 관련 비리들을 목격할 때마다 여당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며 "대개 40대들이 이런 분노에 공감하는 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당을 혹독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모(46ㆍ순천시 조례동)씨도 "여당에 마음이 기우는 것은 언론플레이에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는 잘하는 것만, 새정치는 못하는 것만 보여주는데 누가 새정치를 뽑아주고 싶겠나.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새누리의 행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표장에 가면 무심코 '2번'을 찍는 '관행투표'도 이 후보에겐 '악재'다. '말 없는 다수'를 간과해선 안되는 이유이다.

택시기사 C(65)씨는 "요즘 민주당이 정치 하는 것을 지켜보면 표를 주기 싫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미워도 내 새끼'라는 생각에 2번을 찍게 된다"며 "70~80대 노인들은 정치를 몰라도 무조건 2번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이 박혀있기 때문에 이 후보가 서 후보를 이길 수 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sj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