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ㆍ전남 '치폭축제'라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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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광주ㆍ전남 '치폭축제'라도 합시다
  • 입력 : 2014. 07.28(월) 00:00
이건상 편집국장
무릎을 쳤다. 치맥축제라, 그것도 대구에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구 치맥페스티벌'에 70만명이 몰렸단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덕분으로 장수성 고교 수학여행단 등 중국 관광객도 대거 찾았다. 치맥축제는 단순하다, 프랜차이즈 치킨을 싼 값에 사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이벤트다. 맥주에 취기가 오르면 걸그룹 핫한 공연장에서 막춤이라도 추면 그만이다. '뜨거운 달구벌의 여름, 친구들아 치맥가자'가 공식 슬로건이다. 축제 기간 중 50만 마리분 치킨이 팔렸다. 한 프랜차이즈업체는 가맹점 문의가 폭증했다. 대구시가 지원한 예산은 지난해 고작 7000만원, 올해는 1억5000만원 정도다. 치맥축제 대박에 들뜬 대구시는 당장 치맥축제 전담 부서를 만들기로 했다.

춘천도 닭이 화두다. 세계적인 닭의 도시로 만들자는 지역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다그로 월드'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지난 5월말 출범했다. 다그로는 '닭으로'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며, '월드'는 세계적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조관일 전 석탄공사 사장이 조합이사장을 맡았다. 춘천은 '닭갈비' 가게가 500곳에 달한다. 가히 닭동네다. 허나 AI가 몰아치면 명동 닭갈비 동네는 파리만 날린다. 닭갈비와 막국수로는 세계도시가 될 수 없다는 자각이 일었다. 아예 닭갈비를 뛰어 넘어 닭 도시로 만들자는 비전이다. 도시 상징을 호랑이에서 닭으로 바꾸고, 교통신호음도 닭 울음소리로 만들자고 한다. 수탉의 나라 프랑스 한 도시와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다. 기존 닭갈비 축제에, 인간 닭싸움, 투계대회도 염두에 두고 있다. AI파동을 물리칠 세계적인 닭질병 연구소를 유치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구 '치맥축제'와 춘천 '닭도시' 프로젝트는 다른 듯 하지만 공약수가 있다. 지역자원을 면밀하게 분석해 축제화하고, 이를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대구가 어떻게 치맥축제를 하게 됐을까. 우리나라 치킨프랜차이즈 상당수가 대구출신이다. 교촌치킨, 호식이 두마리, 종국이 두마리, 땅땅치킨 등 전국 매출 상위 10위권 업체들의 태생지이다. 교촌치킨은 1991년 칠곡에서 시작했다. 대구 달서구는 2013년 기준 전국 시ㆍ군ㆍ구에서 치킨전문점이 가장 많은(432곳) 동네다. 대구에 맥주공장은 없다. 근데, 대구 자매도시가 칭다오 맥주로 유명한 중국 청도(靑島)아닌가.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칭다오맥주는 목좋은 곳에 부스를 차려놓고 대대적인 시음행사를 벌였다. 이를 그냥 보고 있을 하이트진로가 아니었다. 맞불을 놓았다. 어차피 공식행사에 후원하는 맥주는 면세다. 치맥축제조직위는 가만히 앉아 맥주문제를 해결했다.

지역이 잘되려면 선순환구조가 존재해야 한다. 연구기관과 지역대학이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문화재단과 민간기구가 이를 받아서 이벤트화하고, 지역언론은 되는 방향으로 밀어주고, 지자체는 예산을 지원해 불씨를 타오르게 만든다.

광주ㆍ전남에 '착한 지역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광주발전연구원과 전남대, 조선대 등 대학은 광주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가. 문화재단은 연구기관에서 발굴한 향토자산을 상큼한 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 재단이 직접 축제를 시행할 필요는 없다. 축제시행사는 민간 영역이다. 광주시는 연구기관, 문화재단, 민간이 내놓은 '지역 아이디어'에 돈을 제대로 써야한다. 시 공무원교육원에서는 혁신적 공직마인드가 생산돼야 한다. 그래야 민간의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가 있다.

광주에는 국내 굴지의 맥주공장이 존재한다. 나주에 닭가공 공장도 있고,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BBQ치킨이 연고기업이다. 인근 장성에 '소주' 공장도 있다. 그럼, 이런 지역자원을 묶어 '치폭축제'라도 해야 하는것 아닌가. 치킨에 폭탄주(소주+맥주) 축제 말이다.

치맥축제의 도시, 대구를 달리봐야 한다. 광주와 달빛동맹(달구벌+빛고을)을 맺은 사이다. 대구는 2013년 '한국관광의 별'(중구 근대골목투어)에 이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에 선정됐다. 2012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는 영남권에서 경주, 안동을 제치고 부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 해 '국민여행실태조사'에서 7개 광역시 중 인천, 광주와 큰 격차로 3위에 올랐다.


광주ㆍ전남의 지역자산은 무엇일까. 다른 곳에 없는 우리만 있는 자원은 뭘까. 치킨 프랜차이즈로 치맥축제를 만들고, 닭갈비를 뛰어넘어 세계적 '닭도시 춘천'을 꿈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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