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대교 위 "잘 사세요" 자살 암시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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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록대교 위 "잘 사세요" 자살 암시 문자
지인, 112에 신고해 목숨 구해
  • 입력 : 2014. 08.01(금) 00:00

'지금 소록대교 위입니다. 잘 사십시요'

새벽시간 한통의 문자가 날라왔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방금전까지 혼자 술을 먹는 모습이 꽤 괴로워보였다. 이유를 묻지 못했지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31일 오전 4시. 녹동항 인근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112를 눌렀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평소 아는 사람인데, 혼자 술을 먹다 조용히 나갔는데 이상한 문자를 보냈네요. 혹시 자살을 결심한 것 같은데, 출동해 주실 수 있나요."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곧바로 출동했다. 문자 속 장소인 소록대교 위를 샅샅히 뒤졌지만,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혹시 바다에 빠졌을까. 출동한 경찰관들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머리속에 떠올렸다. 여수해경 상황실에 해상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인근 해경 녹동파출소에서 순찰정이 출동했다. 소록대교 아래는 상당히 물살이 센 지역, 술먹은 이가 빠졌다면 생명이 위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분일초가 급했다.

오전 5시. 해상 수색에 나선지 한시간여가 흘렀다. 수색정 저편에 허우적 거리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 A씨에게 문자를 보냈던 B씨였다. B씨를 발견하고 해경 순찰정이 이동해 구명튜브를 던져 구조한 뒤 뭍으로 끌어 올렸다.

자살을 암시한 문자를 무시하지 않았던 지인의 기지와 육ㆍ해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소중한 생명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B씨는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119구급차량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생명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간과하지 않고 경찰에 신속히 신고한 편의점 주인 덕분에 술을 마신 B씨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수=이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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