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차기 대권주자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안철수대표는 지난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선으로 원내에 입성한 뒤 독자 신당 창당을 준비하며 기존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안 대표는 '새정치'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3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제1 야당 대표에 올라 정국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전략공천 실패 논란 속에 15곳 중 단 4곳만 당선인을 내는 데 그쳐 공동대표 자리에 오른지 4개월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안 대표는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당 운영 과정을 주도해왔지만 끊임없는 당내 '흔들기'로 시련을 겪었다.
지난 3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간 통합 이후 안 공동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을 새정치의 상징으로 제시했지만, 당내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면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번복했다. 새정치 구호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6ㆍ4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선 측근인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창준위 공동위원장을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하면서 당내 잡음에 휘말렸다.
하지만 윤 시장 외에는 자기 사람을 공천하지 못해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더욱이 7ㆍ30 재보선 공천과정에서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지도력 비판 수위는 더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금태섭 전 대변인이 당 지도부의 공천에 반발해 사퇴 하는 등 측근 세력까지 줄줄이 떠나가면서 안 대표의 당내 위상도 타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안 대표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거 전 선거구 15곳 가운데 5곳만 이겨도 잘하는 선거라며 승리의 기준치를 5석으로 제시했지만 이보다 한 석 적은 4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책임론에 직면했다. 선거 현장에서 숙식까지 하며 진두지휘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을 돌릴 수 없었다.
특히 당의 지지기반인 순천ㆍ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새정치의 요체 중 하나인 '지역주의 타파' 구호를 새누리당에게 뺏긴 셈이 됐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이대로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끝났다는 평까지 나온다.
안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넉 달동안 최고위원들께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 선거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면서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서울=김선욱 기자 sw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