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엔 없고 이정현엔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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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정치엔 없고 이정현엔 있었던 것
① 중앙당 지원 없이 홀로 낡은 자전거 끌고 민심속으로
②유권자 만나 "머슴되겠다" 몸 낮추기
③낡은 정권심판론에 '예산폭탄' 실리
  • 입력 : 2014. 08.01(금) 00:00
새누리당 이정현 국회의원 당선인이 31일 곡성읍에서 자전거를 타고 주민들을 만나 당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김대중ㆍ김영삼ㆍ김종필 등 '3김시대'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정치시대가 퇴조한 이후 유권자들의 표심은 요동치고 있다. 이미 유권자들은 진보ㆍ보수라는 이분법적 정치스펙트럼에 좌우되지 않고 있다. 정치색깔보다는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투표행위를 하고 있다. 정치인의 권위는 주민에서 나온다는 인식 또한 더욱 견고해졌다.

당연히 득표전략 또한 바껴야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인이 7ㆍ30 국회의원 순천ㆍ곡성지역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춤형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민생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의 욕구에 부응했고 '탈권위' 시대 표심 속 깊이 들어가 주민들과 부대끼는 득표전략을 이어갔다. 이와 달리 새정치측은 발빠른 변화를 보인 이 당선인의 전략을 따라가지 못했다.

●철저히 낮은 데로 향했다

이정현 당선인은 낡은 자전거 한대를 몰고 선거유세를 했다. 중앙당 관계자나 수행원들과 함께 상가나 전통시장을 훑는 기존 유세에서 벗어나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삼복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유권자들의 두 손을 맞잡고 '여러분의 머슴이 되겠다'며 지원을 부탁했다. 마치 시골 이장선거를 보는 듯했다.이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새누리당 지도부의 지원도 사양했다.

이 당선인이 이런 유세방식을 선택한 것은 새누리당 후보, 특히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에 갇히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지만, 유권자들은 우호적으로 반응했다. 선거기간 동안 이 당선인에겐 '서민후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이에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서갑원 후보는 중앙지도부들의 릴레이 지원유세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구는 다르지만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선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 지역의 전략공천 논란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전략공천의 책임자들과 함께 한 대규모 유세전은 서 후보의 조직 응집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일반 유권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조정관 교수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선거운동 방법을 택한 이 당선인과 달리 서 후보의 선거운동은 구시대적이었다"며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시민냄새를 맡았고 서 후보는 그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명분보다 실리였다.

이 당선인이 새정치 텃밭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명분보다 민생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욕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순천만 정원박람회장에서 출마기자회견을 갖고 '예산폭탄 카드'를 던졌다. 즉각 새정치측이 반격에 나섰다. '예산통'인 새정치 장병완 의원은 지난달 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을 빌어 "대통령의 남자라 하더라도 예산폭탄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지역발전에는 여야 없이 모두가 예산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새정치 쪽에서는 되레 호남 출신 국회의원이 호남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예산폭탄'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이 당선인은 자신에게 치명적인 '박근혜 프레임'에 갇히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나아가 현 정권 실세라는 점을 은근히 내세워 '힘있는 일꾼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략은 먹혀들어갔다. 순천시청 한 공무원은 "이 당선인이 아깝게 진 19대 총선에서는 공무원들도 이 당선인이 예산을 끌어와 지역발전을 이끄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이번엔 정권 실세이기 때문에 뭔가 확실한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앞세웠다. 민심의 호응도는 낮았다. 비전과 실리가 없는 명분으론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 정외과 교수는 "순천ㆍ곡성지역 유권자들은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보니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야 지역발전이 되는가에 관심이 많다"며 "민주당, 무소속, 민노당에서 후보들을 당선시켜 봤지만 기대했던 지역발전은 없었다. 결국 힘있는 여권 후보에게 기회를 주는것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이어 "정권심판론에 매진한 서 후보의 선거운동방식은 식상했다"며 "정권심판은 서 후보가 아니어도 지역 유권자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이것은 서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새정치가 민심을 읽지 못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지 기자 sj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