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화된 이순신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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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바둑
"화석화된 이순신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명량' 김한민 감독…다음 영화는 한산도대첩
  • 입력 : 2014. 08.22(금) 00:00
한국 영화 사상 최단기간 최다관객을 이끈 '명량' 김한민 감독이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는 돈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를 예술과 산업의 경계에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영화는 붓과 물감과 캔버스만으로, 종이와 펜으로 탄생하는 예술과 다르다. 영화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장비와 인력 모두 돈이다. 그래서 영화감독들은 대부분 흥행성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하지만 흥행성공은 누구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기도 한다. 가까운 예로 영화 '아저씨'로 흥행감독 반열에 오르는 듯했던 이정범 감독의 신작 '우는 남자'가 이토록 참담한 성적표를 받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래서 영화는 흔히 로또에 비유된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 흥행성적을 확신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객기다.

그런데 여기 "700만 관객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하는 감독이 있다. 바로 영화 '명량'의 김한민(45) 감독이다.

'명량'은 1000만명은 물론, 1500만 관객을 가뿐히 넘어섰다. 개봉 21일 만이었다. 이제 '명량'을 두고 2000만 관객을 말하는 이도 있다. 올여름 개봉한 대작 영화 세 편 '군도',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1주 간격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을 때 '명량'의 압도적 우위를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군도'의 1000만 관객을 예상한 관계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보는대로다.

김한민의 '확신'을 결과론적인 발언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명량'의 제작비에 있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만 15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마케팅 비용 같은 것을 더하면 제작비는 더 커진다. 최소한 600만명이 봐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투자자를 최소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700만 관객이 필요하다. 말이 700만명이지 이 수치는 일반적인 예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김한민은 밀어붙였다. 그를 탁월한 연출가로 볼 수는 없어도 최소한 흔치 않은 통찰력을 지닌 기획가로 부를 수 있는 까닭이다.

김한민이 '명량'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될 거라고 말했다. 이순신이라는 소재는 평범해 보이지만,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관객이 보고싶어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하지만 김한민이 제작비 이야기를 꺼내자 상황은 달라졌다. '명량'의 제작비는 평범한 예산의 영화 서너편은 만들 수 있는 액수다.

"그런 반응을 이해 못했던 건 아니었어요. 당연한 반응이죠. 하지만 전 화석화된 이순신,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 이순신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지점에서 제가 집중했던 게 바로 해전입니다. 모두가 이야기만 들었던 그 전투를 보여줬을 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고 봤던 거죠. 특히 젊은 사람들 한테요. 그래서 계획한대로 밀고 나간 겁니다."

예상은 적중했다. '명량'에 대한 감상평은 대체로 비슷하다. 전반부 이순신의 고뇌 드라마는 지루한 감이 있지만, 후반부 61분 동안 벌어지는 해상전투 장면은 훌륭하다는 것이다. 북미 언론의 평가도 비슷하다. 이순신이 빛을 발하는 것은 그가 전장을 누비면서부터다.

김 감독은 영화의 성공에 대한 미디어의 해석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보여준 이순신의 리더십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연결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순신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잖아요.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말이요. 이게 핵심이 아닌가 싶어요. 이순신은 결국 백성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잖아요. 그 모습에 뒤에 물러서 있던 그의 부하들이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고요. 그 모습을 보고 산에서 전투를 보고 있던 민초들까지 이순신을 돕죠. 리더십을 통한 일종의 화합이에요."

김한민이 봤던 것도 그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리더십이 부재하고, 다양한 갈등이 반복되는 곳"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세월호' 침몰 사고라는 비극에서 국민이 본 것 또한 리더십의 부재였다. 해전을 좋아할 젊은 관객, 성웅 이순신에 대한 중장년층의 호응, 사고를 통해 국민이 느꼈던 공허함을 '명량'은 두루 채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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