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시나리오까지… 어른 뺨치는 청소년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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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갈 시나리오까지… 어른 뺨치는 청소년 범죄
"지갑 잃어버렸다"며 버젓이 경찰에 거짓 신고
가출청소년 성매매 알선 등 갈수록 흉포ㆍ지능화
"범죄예방교실 늘리고 전담경찰관 역할 강화 필요"
  • 입력 : 2015. 07.21(화) 00:00
자신을 피해자로 설정해 '공갈 범죄 시나리오'를 계획했던 철없는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 '지능화' 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 8일 광주 동부경찰에 '지갑 분실' 사건이 접수됐다. 고등학생인 최모(18)군은 동구 운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다.

사건 장소의 CCTV를 확보해 분석하던 경찰은 수상한 점을 포착했다. 신고자 또래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사건 발생지점을 반복적으로 다녀간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진 곳에 위치한 해당 아파트에 살지도 않는 10대들이 단지 담배를 피우러 왔다는 것도 의심할만한 구석이었다.

경찰이 정확한 사건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군에게 출석을 요구하자 최군은 돌연 신고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뜬금없는 최군의 철회 요청에 경찰은 CCTV에 등장한 최군의 후배 A(15)군을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이때 의심이 확신으로 뒤바뀌었다.

확인 결과 이 사건은 치밀한 계획 범죄로 드러났다.

최군은 고등학교 친구인 이모(17)군과 공모해 아파트 정자에 잃어버린 척 지갑을 둔 후 후배 A군을 시켜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박모(15)군을 불러냈다. 박군이 장소에 도착하는 동안 이들은 근처에 몸을 숨겼다. 지갑을 발견한 박군이 지갑 내부를 확인하는 순간 이군과 최군은 갑자기 나타나 엉뚱한 소리를 했다. "원래 지갑에는 42만원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박군에게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군은 결백을 주장했다. 애초부터 지갑엔 4000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동부경찰은 20일 후배에게 거짓말을 하며 돈을 갈취하려던 혐의(공갈 등)로 이군과 최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42만원이면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금액인 것 같았다"며 "돈을 받으면 유흥비로 쓸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나름의 범죄 시나리오를 계획했던 이군과 최군은 경찰 신고 12일만에 분실사고 피해자에서 공갈 피의자로 신변이 바뀌었다.

경찰은 "자신이 피해자인척 범죄를 꾸며낸 청소년들은 처음 본다"며 "꼼꼼한 수사 끝에 진짜 피의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가출한 청소년에게 숙식을 제공한 뒤 불법 성매매 등을 알선한 박모(20)씨 등 2명이 서부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박씨 등은 지난 4월 24일 오후 8시께 경북 청도군의 한 분식점에서 주먹과 발로 가출 청소년 정모(19)군을 납치 감금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금품 400여 만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이들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가출한 여성 청소년들에게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숙식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조건만남을 강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가출팸'(가출패밀리) 청소년들을 이용한 범죄였던 셈이다.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청소년 범죄는 모두 1347건이었다. 범죄별로는 강력범(강도 등) 63건, 절도범 477건, 폭력범 316건, 지능범(사기 등) 224건, 기타 247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상에는 가출팸 관련 10대 친목카페가 개설돼 운영되고 있으나 규제와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며 "가출팸으로 인한 청소년 범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청소년 대상 범죄예방교실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학교 전담경찰관의 역할을 강화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jh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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