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고려인들이 살고 싶은 지역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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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고려인들이 살고 싶은 지역 됐으면"
■ 정용화 고려인마을 후원회장
광주 시민들 십시일반
1년간 2억5000만원 모아
고려인종합지원센터 개소
  • 입력 : 2015. 09.15(화) 00:00

지난 7일 광주에서는 뜻깊은 지원센터 하나가 문을 열었다.

고려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고려인종합지원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주민지원센터,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이 흩어져 있어 불편이 컸다. 이번 지원센터 건립으로 흩어져 있던 시설들이 한 건물에 모이게 돼 비용 절감과 서비스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개소식에는 고려인마을 주민과 윤장현 광주시장, 조영표 광주시의회 의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그 중에서 유난히 키가 큰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이며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부회장이자, 고려인마을에 있는 새날학교(다문화대안학교) 명예이사장이며 바로 고려인마을 후원회장이다.

정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고려인마을 후원회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지난 1월19일 발간된 첫번째 소식지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종합지원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모금 활동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 시점이 정용화 회장이 후원회장으로 선출된 시점이다.

"광주가 마음은 넉넉하지만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여유로운 지역이 아닙니다. 더욱이 고려인들을 위해서 후원금을 모집한다니 좀처럼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았죠. 야 이거 큰일났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정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자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도 안산에 자리한 고려인마을의 경우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 10억원의 후원금을 마련해 건물도 올리고 지원도 시작했다. 그런데 광주는 오로지 민간인들의 힘만으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정 회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대학 선후배, 고등학교 선후배, 평상시 알고 지내던 경제인 등 모든 인맥을 찾아가 만나고 부탁했다.

그때 상황에 대해 정 회장은 "안산쪽에 있는 고려인들도 광주를 옵니다. 이유가 뭐냐면 광주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가 거의 없는 지역이거든요. 여기에 인권도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새날학교, 즉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광산구에 자리한 고려인 마을에는 최근 전국에서 몰려든 고려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속은 타고 갈곳은 많고 돈은 필요한 1년여의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이 기간동안 후원금은 2억5000만원이나 모였다. 그중 9000만원 정도는 오로지 정 회장의 힘이었다. 안산처럼 10억원은 아니더라도 순수한 민간인들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라 더욱 감동스러웠다.

그래서일까. 개소식 당일 윤장현 광주시장이 고려인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넬때 정 회장은 조용히 박수만 쳐댔다. 후원회원들이 앞으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짧은 축하의 말과 사진 한장 찍는 것이 다였다.

"고려인은 이방인 중에서도 이방인입니다. 그나마 지난 2001년 고려인 2, 3가구가 광산구 월곡동에 정착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제 이곳이 그래도 전국에서 가장 고려인들이 살고 싶은 지역이 돼 가고 있다는게 감격스러웠던 것 같아요.그리고 그 공은 이제 온전히 광주시와 후원회원들에게 가야지요. 원래 회장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니까요."

앞으로도 고려인마을뿐만 아니라 광주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발생하면 두발 벗고 뛰겠다는 정 회장.

그가 지난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기록 비서관이자 서울대 학사, 박사 출신이며 하버드, 북경대, 동경대 초빙 연구원이라는 것을 과연 광주사람 몇명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소외받는 고려인들의 후원회장이라는 사실 말이다.

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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