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爲, 그에 관한 새로운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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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爲, 그에 관한 새로운 성찰
사회복지학자가 읽은 노자 도덕경
박승희 저 | 사람의 무늬 | 1만8000원
  • 입력 : 2015. 10.29(목) 00:00

동양철학 최고 고전인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사회복지학자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책이다.

그간 도덕경은 유학전공 학자들에 의해 많은 해석서가 나왔다.그러나 원저자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덕경은 원래 대나무를 쪼개거나 나무를 깎아서 만든 조각들을 가죽 끈으로 엮어 놓은 죽간(竹簡)이나 목간(木簡)에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간결한 문체로 되어 있다. 적은 글자로 많은 뜻을 함축할 수밖에 없어 그 의미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가지 구구한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자는 도덕경의 문장들은 많은 요소들이 생략되어 있어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원문 번역시 원문에 없는 말을 추가하고 있다. 추가한 말은 다른 색의 글씨로 표시했다. 또 저자는 도덕경을 읽으면서 문법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주어와 객어(목적어)가 많이 생략된 점에서 문법과 논리간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한다. 매장마다 한글 풀이,원문, 문법과 용어 풀이 , 저자만의 독특한 언어와 해석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책에서 기존 도덕경 책과 달리 저자만의 독특한 언어를 채택하고 있다. 예를들면 유(有)를 '가짐', 무(無)를 '없음'이 아닌 '안가짐'이라 표현하고 '욕(欲)을 '싶음'이라 표현한다. 그는 이름(名)은 대상의 일부 속성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표현해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바른 이름'인 가명(可名)에 불과하고 그 대상을 완벽하게 표현한 '참이름'인 상명(常名)일수는 없다고 주장한다.그는 노자 사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무위(無爲)를'함안가짐'이라고 하는데 , 이름과 싶음을 버린 지도자를 노자는 성인이라 했고, 성인이 하는 행위를 함안가짐이라 한다는 것이다. '함안가짐'의 반대는 '함가짐(有爲) '이다

그는 요즘 부모들이 훌륭한 음악가로 키우겠다고 피아노로 타자를 치게 하는 것은 부모의 이름과 싶음에 따른 행위인만큼 함가짐이고, 우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젖을 물리는 것은 이름과 싶음이 개입하지 않은 순리를 따른 것이니 함안가짐에 속한다고 예시했다. 이처럼 독창적이고 이해가 쉬운 일상의 언어로 노자의 사유 체계를 해석하고 있는 것은 저자가 수십년간 도덕경을 공부해온 내공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이 책은 사회복지학자의 시각으로 도덕경 문장을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80장 '나라를 작게 하고 백성을 적게 하면, 장정 열 백 몫의 일을 해내는 기계가 있다해도 안 쓰게 되고,ㆍㆍㆍ"을 설명하면서 노자가 희구하는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 세계화된 사회가 아니라 친밀한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많은 작은 공동체들이 공존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를 버리고 노자의 이상사회로 완전하게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만민의 최저 생계가 보장되고 고립이 줄어든 세상을 꿈꿀 수는 없을까?라고 되묻고 있다.

저자 박승희는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사회복지정책론을 가르치고 있고, 맑스와 베버, 공자와 노자, 원효와 정약용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복지정책의 모형 찾기를 추구하고 있다.

이기수 기자 kslee@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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