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집어 다 말하는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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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집어 다 말하는 샌더스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 버니 샌더스 저 | 홍지수 옮김 | 원더박스 | 1만8000원
  • 입력 : 2015. 12.03(목) 00:00
"더 이상은 안됩니다. 우리에게 정치 혁명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치며 지난 4월30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미국 동북부의 조그만 주 버몬트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사진)다.

출마 직전 전국 지지율은 힐러리 클린턴 61.6%, 버니 샌더스 8.7%에 불과했다. 그런데 7개월이 지난 11월25일 두 후보의 지지율은 힐러리 클린턴 56.6%, 버니 샌더스 31.7%로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첫 민주당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열린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를 대상으로 한 9월의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힐러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74세 정치인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른바 '샌더스 돌풍'이 거세다.

이 돌풍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정치가 희망이 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한국의 '버니 샌더스'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버니 샌더스가 직접 집필하고 정치 인생 전반을 담은 자서전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을 통해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다.

책을 읽기에 앞서 버니 샌더스, 그는 누구인가. 1941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책의 중간에 보면 샌더스가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고한 부분이 있다. 우리 아버지는 페인트 판매원으로 날이면 날마나 달이 가고 해가 가도 열심히 일했다. 먹고 살기에는 모자람이 없었지만 방 세개 반짜리 월세 아파트에서 나와 우리 집을 장만해 이사하는 어머니의 꿈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덕분에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삶이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고 기록했다.

샌더스는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이었지만 움츠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시카고 대학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고 베트남전 반대 평화운동, 인종차별 철폐운동, 노동운동에 참여하며 민주사회주의자로 성장했다.

중산층과 노동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민주, 공화 양당 체제에 반감을 느껴 1981년 무소속으로 버몬트 주 벌링터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민주당 후보를 단 10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했다. 시장 4선, 연방 하원의원 8선을 역임하고 연방 상원에 진출해 현재 재선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도시에서 독자적으로 진보 정치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를 하나의 주로 확대해 나가는 샌더스의 정치 여정을 담고 있다. 버몬트 주의 최대 도시인 벌링턴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키고 나서 주를 대표하는 연방 의회 의원직을 거머쥐었는지를 다룬다. 선거를 통해 얻은 권위를 바탕으로 자신을 대변해 줄 우군이 변변치 않은 보통 사람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켰는지에 관한 얘기다.

샌더스는 머리말에서 "사람들은 내가 진지하다고 말하는데, 사실이다.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선거운동은 내 체질에 안 맞는다. 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고, 선거운동으로 정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믿어서다"라고 남겼다.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공감한다.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현실은 별 의미가 없다. 부의 대부분을 소수 개인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 0.1%가 소유한 부가 하위 90%의 부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사회는 뭔가가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된 사회다."라고 샌더스를 말하고 있다.

샌더스의 "더 이상 못 참겠다"라는 선언은 대다수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나라와 미래에 대한 요구다. 선거에서 돈으로 이기기 어렵고 투표에 참여하기 쉬운 나라와 미래, 모든 이들에게 폭넓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빈곤한 삶을 살지 않는 나라와 미래 말이다.

정치혁명은 억만장자나 정치 권력층이 일으키는 게 아니다.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들, 빚에 허덕이는 학생들, 고정된 수입으로 쪼들리는 은퇴자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정치 혁명을 일으킨다. 우리가 똘똘 뭉치면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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