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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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의 기록
조선의 딸, 총을 들다
정운현 저 | 인문서원 | 1만6000원
  • 입력 : 2016. 03.04(금) 00:00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소수이자 약자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며 남성들의 어머니, 아내, 여동생은 전부 여성이다. 그럼에도 여성은 여전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소외 당해오기는 독립운동사 학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나온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성 사학자 몇 사람이 불과 몇 편의 논문을 내고 뜻있는 학자들이 여성 독립운동가 몇 사람의 평전이나 전기를 쓴 것이 고작이다.

정작 광복 70년이 되도록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유관순 열사 한분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일파는 '을사오적' 5명 밖에 없는 것처럼 가르쳐 온 것과 진배없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에서 여성 독립군이자 저격수인 '안윤옥'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의 관심조차도 받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언론인 출신 정운현 씨가 최근 펴낸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통해 남성 못지않게 헌신적으로 조국을 위해 평생을 바쳐 투쟁한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대갓집 마님에서 최고의 신식 교육을 받은 엘리트 신여성까지 치열하게 싸웠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용감한 삶, 용감해서 더욱 아름다운 삶을 들려준다.

김락ㆍ이화림ㆍ남자현ㆍ정정화ㆍ동풍신ㆍ김마리아ㆍ박자혜ㆍ박차정ㆍ조마리아ㆍ안경신ㆍ권기옥ㆍ부춘화ㆍ김향화ㆍ강주룡ㆍ윤희순ㆍ이병희ㆍ조신성ㆍ김알렉산드라ㆍ오광심ㆍ김명시ㆍ정칠성ㆍ방순희ㆍ이희경ㆍ주세죽. 낯선 이름이다.

안중근, 김구, 신채호, 윤봉길, 이봉창의 이름은 알지만 이들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신채호 선생의 아내 박자혜, 이봉창ㆍ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도운 백범 기구의 비서 이화림.

하지만 그들은 어머니와 아내이기 이전에 이미 '치마를 두른' 독립운동가였다. 그들은 만주 벌판에서 장총을 들고 직접 일제와 온몸으로 부딪쳤고, 총독을 암살하겠다고 권총을 들고 나섰다. 일제 식민지배의 심장부를 향해 폭탄을 던지고, 비행기를 몰고 가서 일본 왕궁을 직접 폭격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비행사가 됐다.

기나긴 옥살이를 하면서도 심지어 사형 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가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정신을 지배했던 건 오직 한 가지 '대한 독립'이었다. 무엇이 '꽃'에 비유되곤 하는 가냘픈 여성들로 하여금 이토록 치열하게, 당차게 한길로 달려나가게 했을까. 이 책은 '독립운동=남자'라는 무의식의 편견을 시원하게 부숴뜨리면서 치열해서 더욱 빛나는 어제의 청춘들 이야기를 21세기 오늘의 청춘들에게 들려준다.

주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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