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광대' 뮤지컬ㆍ영화로 제작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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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 광대' 뮤지컬ㆍ영화로 제작해보고 싶어"
연극 100회 공연 이지현 씨
80년 5월 계엄군 폭행 실명
개인사ㆍ실화 소재 연극으로
고통 따르지만 희망 전하고파
  • 입력 : 2016. 08.26(금) 00:00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24일 광주 빛고을스페이스에서 악극 '애꾸눈 광대' 100회 공연을 마친 이지현(64)씨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애꾸눈 광대'는 지난 2012년 초연돼 올해 100회 공연까지 마쳤다. 공연은 1980년 5월 광주, 현장에 있었던 이씨의 상처와 꿈이 담긴 이야기다. 이씨는 도청에서 시신을 수습했으며 당시 계엄군의 폭행으로 눈을 다쳐 실명했다. 남동생은 시위하다 고문을 당했다. 그의 개인사를 소재로 나창진씨가 희곡을 쓰고, 신동호씨가 연출을 맡아 연극이 탄생했다. 제목 '애꾸눈 광대'는 한쪽 눈을 잃고 살아가지만 남을 웃기고 울리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씨의 상황을 표현한 것.

이씨는 "5ㆍ18민주화운동에 숨겨진 수많은 사연들을 누군가는 예술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나서는 이가 많이 없어 직접 나서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연극 내용이 이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주변의 반대도 있었다.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왜 아프고 슬픈 가족사를 얘기해서 치부를 드러내냐'고 말렸지만 우리의 아픔이 광주의 아픔이고 민족의 애환이니 알려서 더 이상의 비극이 없도록 하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하면서 후회했던 적도 있었다. "논을 팔고,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시작했다. 어머니가 공연 1시간을 남겨놓고 운명하셨는데, 시민과의 약속이라 공연을 강행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죄인 같아 지금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공연을 하면서 외로움과 고통도 있지만 보람과 희망이 있어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는 이씨. 그는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지만, 반대로 이씨가 희망을 얻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재일교포들과 웃고 울며 소통하는 공연을 했을 때, 중ㆍ고등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알게 됐을 때 기뻤다"며 "그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들께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말할 때 가장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또 "전주 공연 도중 정전이 됐는데 관객들이 라이터를 켜고, 핸드폰으로 불을 밝혀서 공연을 했다. 그 관객들을 보면서 희망을 얻기도 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애꾸눈 광대' 이씨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뮤지컬과 영화로 제작해보고 싶다. 영국의 연극 '쥐덫'처럼 오랫동안 상설공연을 통해 광주정신을 함양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송희 기자 shka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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