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도 금세 가을, 초록이 지쳐 단풍들겠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마실이야기
이 길도 금세 가을, 초록이 지쳐 단풍들겠죠
워킹 전남(Walking Jeonnam)의 숨은 매력
  • 입력 : 2016. 09.02(금) 00:00
담양은 걷기 좋은 길이 많다. 메타세쿼이아 1.7㎞ 가로수길.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 되고, 시간을 잃어야 진짜 길이 된다고 했다. 길에 있으면서 내가 길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곳이어야 진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슬로라이프'를 쓴 쓰지 신이치는 슬로라이프 시작으로 추천할 만 것이 '걷기'라고 말한다. 그는 '걷기'에 대해 발길 닫는 대로 걷는다는 그 자체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로 표현한다.

어린 시절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라는 동요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이 동요처럼 저녁밥을 먹고 나면 으레 불룩해진 배를 내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오곤 했던 기억이 있다. 산책은 이렇듯 특별한 곳을 걸어야 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벼운 기분으로 이리 저리 거니는 것이다. 그 속에는 사색, 여유, 자유, 자연스러움, 즐거움, 만남 등의 여러 뜻이 담겨있다. 자동차 속에서 사색을 하면 사고가 나지만 산책 속에서는 여러 가지 것 들을 만나도 아무 문제가 없다.

몇년 전 스위스 여행 중 아름다운 정원앞에서 '천천히 즐기세요'라는 팻말을 본적이 있다. 시간에 ●기지 말고 여유를 갖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는 메시지였다.

산책은 그냥 맑은 공기, 푸른 하늘, 벌레와 짐승과 물고기, 나무와 흙과 바위와 물 등을 만나게 해준다. 자연속에서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나 마음을 열어주는 행복을 준다. 사실 사람들은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오감각을 발달시키고 통합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사계절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온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봄바람과 꽃들의 향기, 여름의 물놀이, 가을의 낙엽 뒹구는 길에서의 가을향과 겨울추위의 혹독함을 오감으로 느끼며 감성을 키운다. 도심의 복잡한 현실을 떠나 자유로운 해방감도 느낄 수 있다.

산책을 혼자 할 때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 여럿이 할 때는 서로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산책을 통해 생명의 경외감과 자연의 품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맑은 날도, 흐린 날도, 늦여름에도, 초가을에도 싸목싸목 걸으며 즐겨보자.

남도의 땅,●온몸으로 밟으며

남도에는 걷기 좋은 산책 길이 많다. 그 길에는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이 있고 너른 들과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한 독특한 문화가 있다. 오랜 세월을 지켜온 역사와 정겨운 풍속, 맛깔진 상차림에 인정을 느끼게 한다. 걸어봐야 참 맛을 느끼는 남도라는 점에서 '워킹 전남'으로 그 특징을 표현해 본다.

영산강과 섬진강 물길따라 걷는 길이 좋고, 서해와 남해안의 길의 조망도 훌륭하다. 판소리 가락같은 구성진 길이 있고, 삭힌 홍어같은 코끝 찡한 길도 있다. 황톳길 들판을 걷다가 지칠 무렵이면 마을이 나오고, 마을마다 정자나무가 있고 구수한 사투리속에는 인정이 묻어난다. 간판 없는 식당에 들어가도 배를 두드리며 나온다.

가을이다. '눈 감아도 떠오르는 길' '노을이 아름다운 길' '몸이 먼저 반기는 길'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의 테마처럼 걷기 좋은 5㎞ 내외의 길을 찾아가 본다. 1~2시간 거리로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이 길들을 걸으면서 계절의 미감을 느껴본다면 남도를 향한 그리움도 커질 것이다.

우선 담양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길을 추천한다. 죽녹원 산책길 2.2㎞, 관방제림 1.5㎞, 메타세쿼이아길 1.7㎞가 구간별로 있어 시간과 형편에 따라 걷기 좋은 산책길이다.

순천 낙안읍성 산책길은 누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바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1.4㎞의 성벽 산책로와 낙안읍성 민속마을 속내를 보는 마을 안길 1㎢를 더해 2.4㎞를 걷다 보면 전통문화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국의 민속마을 중에서 낙안성처럼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면서 전통생활모습과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곳도 드물다. 초가 마을의 돌담과 어울려 피고 지는 각양 각종의 꽃과 풍경은, 시간이 이 마을에서 정지해 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강진 다산유배길은 더 없이 호젓한 오솔길이다. 다산유물전시관, 다산초당에서 백련사에 이르는 길은 3.1㎞의 산책길에 강진만의 경관은 물론 다산과 혜장선사의 선문답이 들리는 듯한 멋진 길이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서 구림마을에 이르는 산책길은 걷기 좋은 황토길이 조성돼 있다. 왕인박사유적지~상대포구 1.3㎞구간을 걷고 영암 도기박물관, 구림마을 안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영광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곳이다. 칠산바다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구간으로 해안데크길인 칠산정에서 노을전망대까지 3㎞구간이 해안산책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초가을 걷기좋은 담양 용마루길

담양호는 영산강 본류 최북단에 있는 호수다. 영산강의 시원지인 용추산 용소에서 본 에메랄드빛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내려와 담양호로 모여든다. 담양의 명소로 떠오르는 용마루길은 담양호 수변을 따라 나무 데크와 흙길을 걷는 3.9㎞ 산책로다.

용마루길의 출발점은 추월산 주차장이다. 주차장 건너편으로 담양호를 가로지르는 높이 10여m 목교와 삼삼오오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목교를 걷는 즐거움 중 하나인 전망대 옆의 인공 폭포는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50분 간격으로 가동되기 때문이다.

목교를 건너자마자 첫 번째 전망대에 서면 추월산(731m) 풍경이 또 달라진다. 용마루길은 나무데크 산책길이 2.2㎞, 흙 산책길이 1.7㎞로 왕복 두 시간이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의 옷차림은 등산복이나 일상복부터 운동화나 구두까지 각양각색이다. 무엇을 입고 신었든 사람들의 표정은 자유롭고 편안하다.

용마루길의 가장 큰 즐거움은 숲 속을 걷는 상쾌함이다. 소나무와 졸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가 울창한 과녁바위산을 왼손에 잡고 기분 좋은 바람을 보내주는 담양호를 오른팔에 두르고 추월산과 눈을 맞추고 걷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잊어버린다. 타박타박 걸을 때마다 탄력이 느껴지는 나무 데크의 느낌도 좋다. 따가운 햇볕은 무성한 나뭇잎이 막아주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담양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식혀준다.

용마루길을 걷다보면 우아하게 선 연리지가 데이트하는 이들에게 환한 미소를 선물한다. 데크가 끝나고 흙길이 이어지면 숲길의 정취가 느껴진다. 40분 정도 걷다 보면 옛 마을 터가 나온다. 용연리 마을이 있던 자리인데, 담양호가 완공되면서 지역민은 모두 이주하고 대나무 밭만 남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돌아서서 바라보는 용마루길의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용마루길에서 워밍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금성산성으로 출발하자. 한 시간 이내에 담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환상적인 전망대가 기다린다.

전남도립대 호텔관광과 교수
박창규의 마실이야기

초가을 걷기좋은 남도 산책길

테마길

주요구간

특징

광주중외공원 예술공원길

국립광주박물관~문화예술회관~광주시립미술관~비엔날레전시관

도시근린공원, 소나무와 편백 숲그늘

곡성 태안사 숲길

태안사 입구~조태일시문학관~태안사숲길~태안사

총 4㎞ 2시간, 태안사 숲길은 2㎞

보성 다향길

다향각~밤고개 삼거리~영천제 저수지둑길~녹차된장마을~득음정

총4.2㎞ 2시간, 아름다운 차밭과 영천저수지 풍광

화순 만연산 오감연결길

만연사입구~테크계단~약수터~힐링가든~만연폭포

총3.1㎞ 1시간30분, 송림 군락지

장흥 말레길

편백숲우드랜드~억불산 정상

총 3.8㎞ 2시간, 무장애 나무테크로 산책코스 양호

해남우수영 강강술래길

우수영관광지~울돌목해안테크~충무사연리지~충무사

총 3.0㎞ 1시간30분 , 명량대첩의 역사적 현장

마실이야기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