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版 오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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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開版 오분전
  • 입력 : 2016. 10.18(화) 00:00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끝날 듯 하다. 국감 직전 한결같이 '민생 국감'을 외쳤던 여야 3당은 시작하자마자 파행을 일으키더니 마지막까지 '정쟁 대결'로 귀결됐다.

김재수 농림수산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일정을 전면 거부했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단식까지 벌였다. 집권 여당의 국정감사 거부와 여당 대표의 단식 농성은 모두 초유의 사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새누리당이 국정감사에 복귀했지만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이른바 '최순실 의혹'을 두고 여야는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또 경찰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다 숨진 백남기 농민의 부검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두고도 여야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파행과 기 싸움, 신경전이 이어진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민생은 없었고 정쟁만 있었다. 야당은 각종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실패했고, 여당은 정부와 청와대 감싸기에 급급해하는 등 구태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F 학점을 매겼다. 모니터를 진행한 18년 동안 F 학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집권 여당의 경우 국정감사 거부로 반의회, 반민주에 더해 무책임한 행태까지 보였고, 거대 야당은 정책과 민생은 뒷전에 두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반민생, 반민주, 무능력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번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개판 오분전'이란 말이 떠오른다. 무질서하고 아수라장이 된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다. 개판(開版)오분전은 원래 피란시절 이제 밥이 거의 다 됐고 5분 뒤 솥뚜껑(나무판)을 열겠다는 말이다.

6ㆍ25 한국전쟁 당시 많은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모여들었을 때다. 당시 부산은 난민수용소나 마찬가지였다. 정확하진 않지만 '국제시장'과 '40계단' 주변은 피란민들의 집결지가 됐다 한다. 피란민들을 위해 종종 밥을 배급하곤 했는데 거대한 가마솥에 밥을 다 짓고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개판 오분 전, 개판 오분 전…"이라고 외쳤다 한다. 굶주린 난민들은 밥을 먼저 배급 받기 위해 몰려들었고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 상황이 개판오분전이다. 개(犬)가 난장판을 벌이는 모습으로 잘못 알려져 비속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최동환 사회부 차장 dhchoi@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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