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9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7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되자 시민단체와 야당은 탄성을 질렀다. 설마 했던 것이 현실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50분께까지 약 7시간30분동안 진행됐다.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긴 시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였기에 첫번째처럼 기각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에 대한 특검팀과 삼성그룹의 법리공방이 광범위하고 치열했다는 이야기다. 특검팀은 이번 영장청구에서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보다 두 배나 많은 자료를 제출하면서 일찌감치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 부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일가에 430억원대 특혜 지원을 한 혐의(횡령ㆍ뇌물공여) 등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특검의 집요한 노력 덕에 이 부회장은 삼성 그룹 최초로 구속된 총수로 기록됐다.
특검은 다음날인 18일 그를 불렀고 오후 2시22분께 포승줄에 수갑을 찬 채 특검팀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같은 날 오후 10시8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배경, 그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교감 또는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 지원 과정에 대가성 및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9일 오전 9시42분께도 이 부회장은 흰 셔츠에 검은색 코트의 사복 차림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여전히 강요 혐의 피해자로 생각하는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순실씨를 지원한 것 아닌지', '정말로 대가성이 없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음 타깃은 우병우
이 부회장을 구속한데 이어 특검의 칼날은 '난공불락'이라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 향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19일 오전 1시10분께 "우 전 수석에 대해 금명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전날 9시53분께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해 이날 오전 4시44분께 19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고 나왔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을 내리면 굳이 하루를 넘길 필요 없이 당일 바로 청구했다. 특검팀의 이 같은 입장은 전날 오전 특검팀에 출석한 우 전 수석을 상대로 밤샘 조사를 마친 뒤 9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개인 비리 혐의로 검찰 우병우ㆍ이석수 특별수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사법처리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팀의 이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 입증이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해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치를 끌어낸 정황도 포착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국정농단 의혹 부분 중 뇌물죄 수사와 관련해 최대 난제로 꼽힌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막바지 수사 동력을 확보했다.
●특검 연장 어떻게 되나
특검이 이 부회장에 이어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박 대통령 대면조사나 특검 수사 연장을 둘러싼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오는 28일로 만료되는 특검 수사 기간을 1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 만료 사흘 전까지 특검이 연장 사유를 대통령에게 요청해 승인받을 경우, 1회에 한해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현재는 결정 권한이 황 권한대행에게 있다. 만약 수사 기간이 연장되면 3월 초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까지 특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탄핵이 인용돼 박 대통령이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간다면, 특검이 박 대통령을 강제 수사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지지층의 여론을 의식해 연장 수용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 4당이 한목소리로 황 권한대행을 향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21일까지 특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3일 국회 본회의를 목표로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안을 추진키로 했다. 4당 원내대표가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본회의에 특검법 개정안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여당인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야 4당이 한국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 등이 개정안 통과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