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귀갓길 택시에서… 여성 안전지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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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번엔 귀갓길 택시에서… 여성 안전지대가 없다
기사가 성폭행 반항하자 살해… 끊이지 않는 성범죄
스마트 가로등ㆍ화장실 안심벨 설치 등 안전대책 무색
광주여성민우회 "공간ㆍ신고 핵심 아냐, 근본은 성평등"
  • 입력 : 2017. 02.21(화) 00:00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새벽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여성이 운전기사의 성폭행에서 벗어나려고 반항하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 강남역 '여혐살인사건',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 모두 인적이 드문 곳에 고립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다. 이에 대한 각종 대책이 쏟아졌지만 효과는 없었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을 향한 범죄의 근본적 원인은 여성을 향한 그릇된 인식을 바탕한 '불평등한 성(性)'이지만, 특정 장소나 피해 신고 중심인 당국의 대책은 실효성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목포경찰은 20일 여성 승객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살해한 혐의(강간살인)로 택시기사 A(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오전 4시께 목포시에서 약 12㎞ 떨어진 모 산업단지 부지 공터에 자신의 택시를 세운 뒤 B(26ㆍ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인적이 없는 공터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 B씨가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 여승객 살해 사건은 강남역 여혐 살인사건 및 신안 여교사 집단 성폭행처럼 고립된 여성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유사점이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5월17일 오전 1시께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남녀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던 23세 여성이 김모(35)씨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김씨는 남녀 공용화장실 이용객 중 여성을 골라 범행 대상자로 삼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신안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은 외지에서 홀로 근무하는 여교사가 관사에서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로 학부모 3명에게 성폭행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샀다.

이후 관계 기관들은 화장실과 외지 여교사의 관사 등에 대한 긴급 실태점검과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광주시도 시내 여자화장실 72곳과 가로등을 포함 인근 지구대로 연결되는 총 2900개의 비콘(근거리 무선기기)과 경고음을 내는 비상벨을 설치했다.

경찰은 비상벨과 비콘 등을 활용한 신고사례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성들은 시설물 등 공간을 중심으로 한 신고 지향적 사고로 정책들이 수립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광주여성민우회 김효경 사무국장은 "화장실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근본적인 배경엔 성차별 인식이 있다. 성 평등 의식은 개선되지 않는데 소소한 제도 하나 달라졌다고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여성의 안전을 위해 힘을 쏟아야할 정책은 화장실과 관사, 택시 등 공간을 바탕으로 한 신고 중심 정책이 아니라 여성을 향한 그릇된 의식을 개선하는 성평등 교육과 캠페인이라는 분석이다.

김 사무국장은 "큰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나 지자체는 제도를 빨리 바꾼다. 신고 중심의 제도는 범죄 예방에 도움 되지 않을 뿐더러 범죄에 노출된 여성 피해자들을 더 어렵게 한다. 피해자가 신고부터 범죄 입증까지 모든 책임을 떠안기 때문이다. 시급한 것은 성 평등 인식의 변화다" 말했다.

진창일 기자ㆍ목포=성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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