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구 기억나세요 여기서 찍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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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 기억나세요 여기서 찍었답니다
임영규의 마실이야기- 드라마 촬영 명소들
  • 입력 : 2017. 02.24(금) 00:00
'제빵왕 김탁구' 순천 드라마촬영장은 달동네와 1970~80년대 거리 풍광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관광객들은 교복 빌려 입고 추억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필자 제공
'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드라마틱한 삶', '인생극장', '세상은 무대, 인생은 연극, 인간은 배우' 등의 말이 있다. 특이하여 쉽사리 믿어지지 않거나, 굴곡 심하고 변화무쌍한 인생을 이야기할 때 흔히 사용되는 말들이다. 또는 결코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인간의 생, 그 자체를 얘기할 때도 그런 표현을 하곤 한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어차피 드라마라는 것이 세상 남녀노소가 나름대로의 삶속에서 드러내는 사랑과 미움, 기쁨과 고통 등의 감정과 행동을 그대로 본 뜬것 아니겠는가? 인생길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전개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예기치 못한 운명 때문에 원치 않은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TV드라마들이 선을 보였고,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 인기 높은 드라마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동화나 전설 등에 나오는 인어, 도깨비와 저승사자 등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룬다는 것이다. 그들이 나올만한 가상세계가 배경이 아니라, 현대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생활하며, 사랑에까지 이르는 내용이다. 고전ㆍ역사인물 등을 다룬 사극은 아예 처음부터 원형과는 전혀 다른 설정으로 접근,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색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황당한 내용들이어서 역시 "영화는 영화다"는 말이 어울릴법하지만, 신비로움에 대한 동경심 자극, 이미지에 적합한 배역캐스팅, 결말을 유추할 수 없는 전개, CF화면 같이 호소력강한 표현기법, 높은 작품완성도 등 여러 면에서 돋보여 "영화처럼 살고 싶다"는 말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지금 뜨고 있는 드라마와 연관 있는 테마파크나, 마음에 아련히 남아있는 추억의 드라마촬영장을 찾아가 보자. 아직 채 식지 않은 인기의 열정과 스타들의 채취도 느껴보고, 같은 공간에서 그럴듯하게 폼 잡고 멋진 주인공도 되어보자.

'도깨비'가 시작된 나주영상테마파크

TV드라마 '도깨비'가 제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기는 좀처럼 시들 줄 모르고 있다.

모 연구소가 발표한 영화배우 브랜드평판에서 주연을 맡았던 공유가 두 달 연속1위를 차지했고, OST는 국내 최대음원사이트 등에서 계속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도깨비'와 관련한 서적3종은 베스트셀러 톱10에 들어있다. 드라마 속 명장면과 대사들은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패러디되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한류 팬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고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난다.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지키려는 자'가 되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저승사자는 '데려가는 자'가 되어, 현세에서 인간과 동거하며 벌어지는 슬프고 신비로운 낭만 설화' 이상은 도깨비의 소개 글이다.

도깨비는 우리지역 나주를 비롯하여 서울, 인천, 경기(안성, 파주), 강원(주문진), 전북(고창) 등에서 촬영이 진행되었었다. 이중 제1회 방영 시, 개국공신 영웅 김신(도깨비)이 역적으로 몰려, 심장에 검을 맞던 장면을 찍었던 장소가 나주영상테마파크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삼한지 테마파크'(2005준공)였는데, 나주시가 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전면 리모델링, '나주영상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 재개장(2008년)하였다.

명칭 변경 전부터 이미 주몽 촬영지로 유명해 입장객 100만을 돌파하였고, 이어 '바람의 나라', '태왕사신기', '이산', '장영실', '달의 여인 보보경심 려', '도깨비' 등의 TV드라마와 영화 '쌍화점'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14만1200㎡ 규모에 성문과 성루, 고구려궁과 태자궁, 졸본부여궁, 신당, 연못궁 등의 궁궐과 너와저잣거리와 귀족촌, 삼족오광장 등 95동의 화려한 세트장과 웅장한 건축ㆍ구조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구려 성에 올라 내려다보면 33만㎡에 이르는 다야뜰생태공원이 한눈에 펼쳐지고, 봄이 되면 영산강 황포돛배의 풍류도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도 고구려역사문화, 전통복식, 활쏘기, 전통공방(도자기, 천연염색, 죽물, 한지, 매듭, 비누, 연, 떡, 전통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나도 한번 무사 도깨비 흉을 내볼까하며, 고구려궁 광장에 우뚝 서봤다. 겨울 끝 찬바람이 매서웠지만, 때마침 해가 오른편 지붕으로 얼굴을 드러내며 잠시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눈이 부시는 역광은 제법 도깨비에 걸 맞는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찬란한 무지갯빛을 발산한다.

'역적'의 오리지널 홍길동테마파크

"소인이 평생 서러운 것은 대감의 정기로 당당한 남자가 되었사온데, 아버지의 낳으시고 어머니의 기르신 은혜가 깊으시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홍길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목이다. 어머니가 천한 종 신분인 서자 홍길동이, 아버지 홍판서에게 한 맺힌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 '역적'에서의 홍길동은 대대로 종살이를 하던 천민 아버지의 자식으로 나온다. 그러니 이런저런 눈치 볼 것도 없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당당히 부르고 형도 형이라 부른다. 어쨌든 탐관오리의 횡포 등 부패한 권력과 맞서는 역할은 분명한데 순수 천민출신 새로운 홍길동의 활약이 기대된다.

고전소설 속 주인공으로만 알고 있었던 홍길동이 15~16세기 조선시대 실존인물이었다고 한다. 당 시대의 한낱 강도로 전락되어 묻혀질 뻔 했는데, 허균(1569~1618)의 '홍길동전'을 통하여 민중의 영웅으로 되살아났으며, 생애와 활동연구 등 역사고증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홍길동의 생가터는 장성군 황룡면 아곡1리 아치실로 밝혀졌으며, 연관성 있는 족보(남양 홍씨)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홍길동이 태어난 아곡리에 소재한 홍길동테마파크에는 생가(안채, 아래채, 사랑채, 문간채 등)가 복원되어 있으며, 전시관에는 생가발굴 유물, 실존자료 및 책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체험시설로는 활빈당 산채체험장(망루, 창고축사, 의적의 집, 당수의 집 등), 4D영상관(30석)이 있고, 이 마을(아치실)에서 태어난 청백리 박수량(1491~1554) 선생의 정신이 깃들어있는 숙박시설 청백한옥(숙박11실, 세미나실)과 풋살경기장, 오토캠핑장(캐라반) 및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어, 가족과 하룻밤 편히 쉬며 자연과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다.

'타임머신' 순천 드라마촬영장

매표소를 지나 '맨발의 청춘' 간판이 걸린 극장이 있는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중, '추억의 음악실'(고고장)앞에서 7080시대를 풍미했던 귀에 읽은 고고리듬이 새어 나온다.

궁금해 들어가 봤더니 친구로 보이는 교복차림 여성들이 신나게 춤을 즐기고 있다. 밖을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이 교련복, 세라복, 검정교복에 선도부 노란완장 등 옛 청소년의상으로 분장한 사람들이다.(교복체험을 할 수 있다) 70년대 학생들이 자주 찾던 도심 한 모퉁이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예상외로 신세대층이 많았다.

현재의 순천 드라마촬영장 자리에는 원래 군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건립으로 인해 이전하게 되자 이곳에 히트작 제조기라 불리던 김수현 극본의 TV드라마 '사랑과 야망'(2006)의 세트장을 제작하였다.

이 드라마는 1960~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한 집안의 가족사를 담았었다. 그 가족이 서울에 올라와 살았던 70년대 달동네(봉천동)와 종로거리를 비롯하여, 80년대 서울변두리와 60년대 순천읍내거리 등이 재현되어 있다.

촬영장면적은 4만여㎡ 세트건물은 185채에 달하며 국내 최대 규모이다. 최고의 명작들이 탄생한 산실로도 유명한데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빛과 그림자, 감격시대, 늑대소년, 인간중독, 강남1970, 해어화, 허삼관, 마파도2, 님은 먼 곳에 등 손꼽히는 TV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다수 촬영되었다.

달동네를 향하는 가파른 길을 오르다, 언덕배기에 벌집처럼 사이좋게 붙어있는 판자촌골목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어른들이 느끼는 가난의 비애와는 상관없이, 좁은 골목길을 휘돌며 마냥 즐겁게 뛰노는 꼬맹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갑자기 마음이 짠해진다. 정상에 도달하니, 문 입구 조금 높은 곳에 놋쇠종이 하나 걸린 교회당이 보인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붉은 색 가는 줄을 사이에 두고, '사랑의 종'과 '손잡이 줄을 사랑스럽게 당겨보세요'라고 새겨진 팻말이 양쪽에 따로 걸려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원작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떠올리며 시키는 대로 사랑스럽게(?) 줄을 당겨본다. 땡~~~땡~~~



임영규 전남도 관광문화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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