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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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바둑중학교
  • 입력 : 2017. 03.17(금) 00:00

바둑은 먼 옛날 중국의 요(堯)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춘추전국시대에 넓게 퍼졌고 남북조시대에 크게 융성했다. 한고조 유방, 간웅으로 불리는 조조, 당태종 이세민 등은 모두 바둑 애호가였다. 이런 바둑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로 추측된다. 고구려 장수왕이 도림이란 중을 첩자로 보내 바둑을 좋아하는 개로왕을 사로잡아 죽였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온다. 구한말 김옥균도 일본으로 망명한 뒤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며 살았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세계인의 이목이 우리나라에 집중됐다. 인간을 대표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바둑은 규칙이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많아 컴퓨터가 범접할 수 없다는 인식이 높았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이세돌 9단의 완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경기후 이세돌은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바둑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바둑판의 구조는 주역(周易)의 이치와 상통한다. 온갖 인간사와 우주의 오묘한 이치가 가로ㆍ세로 19줄의 바둑판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프로기사로 활동하는 문용직 5단도 바둑의 흑돌과 백돌이 주역의 음양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했다. 작은 것을 탐내지 말고 큰 것을 취하라는 사소취대(捨小取大)나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부득탐승(不得貪勝) 등 위기십결에도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다. 대다수 바둑 고수들도 무심(無心)을 갈망한다. 이기는 것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더 어렵다니 단순한 오락으로 치부할 수만 없는 일이다.

전남도교육청이 내년 순천시 주암면에 '한국바둑중학교'를 설립키로 했다. 바둑에 특기를 지닌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미 운영 중인 한국바둑고와 연계해 전문 바둑인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도 높다. 알파고가 증명했듯 데이터를 분석하고 답을 찾는 추론 능력에서 인간의 두뇌는 인공지능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신 인간에게는 기계에서 볼수 없는 고귀한 품성과 무한한 상상력이 있다. 꿈과 희망, 열정도 인간이 가진 강점이다. 눈 앞에 다가온 인공지능의 시대. 기계적인 수읽기보다 뭇 생명을 경외하고 상상력까지 갖춘 바둑인재를 키워야겠다. 이용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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