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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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민심의 태풍
  • 입력 : 2017. 05.23(화) 00:00

매년 지구촌에서는 태풍으로 홍역을 치른다. 지리 교과서에서 배웠던 태풍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4대 태풍은 적도 위쪽 필리핀 근처에서 형성돼 휘몰아쳐오는 태풍(타이푼)을 비롯해 북태평양 동부ㆍ대서양 서부ㆍ멕시코와 카리브해에서 발생해 북아메리카로 불어오는 허리케인, 인도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인 사이클론, 호주 북부 주변 해상에서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발생하는 윌리윌리 등이 있다.

수 백만명의 이재민을 양산하는 태풍이 인간에겐 백해무익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태풍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몇년 전 섬 취재를 갔다가 마을 어른으로부터 "태풍이나 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양식장은 큰 피해를 입지만 우리처럼 바다에 나가 고기잡는 사람들에겐 태풍이 오히려 고맙다. 태풍이 와서 바다물을 온통 휘젓고 뒤짚어놓으면 많은 먹이가 생긴다. 당연히 많은 어종이 몰려와 어획량이 늘어난다"고 했다.

그 어부가 말한 '고마운 태풍'이 지난 10일 끝난 제19대 대통령 선거 표심에도 나타났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70년이 지나고도 빨갱이, 좌파 용어가 난무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이념ㆍ지역갈등 구도에서 세대간 대결로 바뀐 탓이요, 지난 10년간 무능한 정권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기존의 선거행태를 휘저어 버린 덕택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전국 유일하게 문재인 후보를 앞섰던 홍준표 후보의 TK지역 득표율도 50%를 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분노했는 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묻지마 표심'에 기대어 지역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채 '웰빙 정치인'으로 전락한, 가만히 앉아서 표만 받아먹는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보낸 셈이다.

지난 10일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연일 국민통합과 적폐청산을 위한 비전을 내놓고 있다.

'이게 나라냐' 던 장탄식이 '이게 나라다'라는 환호성으로 바뀌고 있다. 국민들이 '지옥'과 '천당'을 경험하기 까지 채 2주일이 지나지 않았다. 각종 조사에서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80%를 넘고 있다. 향후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징표다. 1600만명의 시민들이 만들어준 촛불의 의미를 잘살려 나가야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한민국에 휘몰아쳤던 '민심의 태풍'이 고맙기만 하다. 박간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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