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관에 가려진 '대인 예술시장' 의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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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려한 외관에 가려진 '대인 예술시장' 의 속앓이
전통시장에 예술 접목 성공모델 불구 자생력 없어
토요야시장 '별장' 지원 내년 끝나면 운영 불투명
임대료 상승에 예술기 떠나… 예술시장 면모 퇴색
  • 입력 : 2017. 05.29(월) 00:00
대인예술시장 관계자들이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예술을 접목해 전국적인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지만 2019년부터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대인시장의 외형적 성공을 이끌어온 토요야시장 '별장'프로그램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광주시 예산에만 의지한 채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다. 더욱이 대인시장 활성화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자 예술인들도 속속 시장을 떠나고 있다.

● 자생력 없는 '별장' 프로그램

문화와 예술은 명맥만 유지해오던 대인시장에 활기를 띠게 했다. 지역 작가들의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작가들은 2008년 점포 절반 가까이 비어 있던 대인시장에 둥지를 틀어 새로운 예술 실험에 두 팔을 걷어붙였고,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하면서 '예술시장'을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2009년 시작된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 거점 프로그램 운영사업이 대인예술시장의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대인예술시장과 예술의거리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올해까지 국비 39억, 시비 41억5000만원 등 총 80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2013년까지 문화예술진흥위원회와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해오다 2014년부터 광주시에서 프로젝트 팀을 공모해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최근 3년간 2015년 10억 5000만원, 2016년 8억원, 2017년 8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올해 지원 예산 8억원 가운데 5억원이 대인예술시장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3억원 가량이 '별장'프로그램에 쓰인다.

이 사업은 2018년까지 10년 한시 사업으로 2019년부터는 홀서서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운영주체를 넘겨받을 상인회의 준비가 미흡해 지원이 끊기면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광주시가 실적에 치중한 나머지 대인시장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고민들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별장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2015년까지 격주로 운영하던 방식이 2016년부터 매주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의 자생력을 기르고 예술가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일에는 소홀했다는 게 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별장 관계자는 "대인시장의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 데 책임을 느끼고 마음이 무겁다"며 "대인시장이 상업용 시장으로는 살아 남을지는 모르나 예술시장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인시장 상인회 관계자도 "상인회에서 별장을 한 번도 운영해 본적이 없어 지원이 끊기면 지금처럼 별장 운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와 별장 프로젝트 팀은 별장의 자생력을 기르는 차원에서 매월 2주는 프로젝트 팀, 나머지 2주는 셀러와 상인회에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운영비 지원방식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오른 임대료, 떠나는 예술인들

대인예술시장의 성공으로 사람이 몰리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예술가와 창업가들이 값싼 지역을 찾아 정착해 가치가 상승하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 활성화에 기여한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인시장은 지난 2008년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실시한 '복덕방 프로젝트'를 계기로 예술시장으로 거듭나면서 활성화됐다. '별장'은 대인시장의 외형적 성공을 이끌었다. 하지만 '성공의 모순'이 나타났다. 대인시장 활성화 초기 5~7평 기준 5~10만원이던 임대료는 현재 15~2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2008년 이전엔 없던 임대 보증금이 생기면서 작가들의 유입이 끊겼다. 그 결과 2015년 말 30여 명 수준이던 개인작가가 지금은 절반수준인 15명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대인시장에 남아 있는 작가들도 대부분 창작활동과 생업을 병행하고 있다. 대인시장에서 6년간 작가로 활동했던 A씨는 현재 작품활동에만 몰입하는 사람은 2~3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작품활동을 할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예술가들이 대인시장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며 "언젠가는 나도 이곳을 떠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별장 팀의 지원을 받아 레지던스에서 활동중인 작가들 또한 별장 프로젝트가 해체되면 대인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이들은 국비와 시비 지원이 끊기는 2019년부터 자비로 창작활동을 해야 한다. 별장 팀은 작가들에게 레지던스를 제공함으로써 창작활동을 도왔지만 시로부터 지원이 끊기면 작가들이 직접 작업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인시장에 대한 사업성 검토 후 지원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문화는 변화와 소멸을 반복하므로 자생력 문제는 시장활성화 측면에 입각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김철우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도 "대인시장의 예술성을 유지하는 일에 소홀하면 자칫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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