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범죄 급증…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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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복범죄 급증…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이별'
북구 80대 노모 살인사건 이별 앙심 품은 범죄 추정
'이별 범죄' 급증 스토커ㆍ사진 유출ㆍ폭행ㆍ살인까지
젊은 층 중심 SNS 상'안전하게 이별하는 법' 유행
  • 입력 : 2017. 06.12(월) 00:00

지난 6일 광주 북구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임모(82ㆍ여)씨는 자신의 딸과 동거하다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은 40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자신과 헤어진 데 대한 보복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이별 범죄'의 한 범주로 보고 있다.

최근 연인 사이의 '데이트 폭력'에 이어 '이별 범죄'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토킹, 사진ㆍ동영상 유출부터 폭행, 살인까지 갈수록 잔혹해지는 '이별 범죄'에 젊은 세대들은 '안전하게 이별하는 법'을 공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주 북부경찰은 전 동거녀 A씨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긴급 체포한 이모(42)씨에 대한 2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6일 오전 2시께 북구 한 아파트에서 A씨의 어머니인 임씨를 살해하고 아파트 베란다 창고에 버려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날 전 동거녀 A씨를 만나기 위해 아파트에 침입해 홀로 안방에서 잠을 자다 깬 임씨를 살해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A씨에게 다시 만나자고 설득하고자 집에 찾아갔는 데 임씨가 소리를 질러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씨와 A씨는 4년 동안 동거했지만 한달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동거녀 A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자 앙심을 품고 집에 찾아갔다가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80대 살인사건처럼 최근 광주ㆍ전남지역에서 이별 후 전 애인에게 보복성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6월15일에는 이별 통보에 격분한 박모(37)씨가 광주 광산구 한 휴대폰 대리점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얼굴에 빙초산을 뿌려 구속됐다. 같은 해 12월5일 순천에서는 8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내연녀가 경제적인 이유로 이별을 요구하자, 살해한 뒤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송모(52)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별 후 보복행동은 과거 단순한 '해코지' 수준을 넘어 스토킹ㆍ사진 및 동영상 유출ㆍ협박ㆍ폭행ㆍ감금ㆍ살인 등 강력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이별 후 전 애인의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보복을 당하지 않게 이별하는 방법이 적힌 이른바 '안전이별 수칙'이 떠돌고 있다.

'불치병에 걸렸다고 해라', '큰 돈을 빌려 달라고 해라', '집안이 망했다고 해라', '긴 유학을 가게 됐다고 해라', '트림이나 방귀 등 정떨어질 만한 짓을 해라' 등이 그 예다.

이별하는 장소를 추천한 SNS 게시물도 인기다. 게시물은 '애인에게 이별 통지 시 충동적 폭력이나 위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많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별 통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보복성 '이별 범죄'에 대해 잘못된 가부장적 인식 아래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점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진수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고문은 "연인 등 남녀 관계에 있어 동등함을 추구하는 인식이 자리잡혀야 되는데 지금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며 "연인에 대한 보복성 범죄의 기저에는 그릇된 인식과 교육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순 조선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이별 범죄 등 갈수록 흉포화되는 범죄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억눌린 개개인의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극단으로 치달아 표출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화선 기자 hs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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