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로드3] 명량해전 전사 日수군 왜덕산에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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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재팬로드3] 명량해전 전사 日수군 왜덕산에 묻어
<3> 진도 왜덕산과 엔카 '진도물어'
400년 적장 후손 방문 평화 염원
덴도요시미 신비의 바닷길 열창
순절묘와 묶어 한ㆍ일역사공간을
  • 입력 : 2017. 07.04(화) 00:00
일본 여가수 덴도 요시미가 불러 빅히트한 \'진도모노 가따리\'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테마로 삼고 있다. 이 노래로 일본인들은 진도를 친근하게 여기며 한번 쯤 방문하고픈 희망을 갖고 있다. 진도군 제공
남도 신관광전략 재팬로드 만들자

일본인에게 전남에서 가장 익숙한 곳이 진도다. 진도가 어딘지 모르지만, 진도를 알거나 들어 봤다고 한다. 상당수는 직접 진도를 다녀왔다고 자랑한다. 일본에서 진도는 멀고 먼 곳이다. 규슈 후쿠오카에서 출발한다면, 김해공항을 거쳐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목포나 강진을 거쳐 진도대교를 건너야 한다. 김해공항에서 족히 4시간은 잡아야 한다. 후쿠오카-김해공항 비행시간이 35분인 점을 감안하면 꽤나 먼 거리다. 일본인들은 어떻게 진도를 알게 됐을까.



진도군 고군면 내산리 산 162. 완도에서 울돌목으로 통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 산이다. 예전에는 바닷가였는데, 지금은 제방을 막아 논으로 변했다. 야산에 묘지 50여기가 보인다. 얼핏 공동묘지 같다. 마을사람들은 이 산을 왜덕산(倭德山)이라 불렀다. 산 초입에 비석이 서 있다. "왜 이 산을 왜덕산이라고 부릅니까" "말 그대로여, 왜놈들에게 덕을 베풀었다는 뜻이제. 옛날 우리 조상들이 이순신 장군한테 몰살당한 일본 시체들이 마을로 밀려오니까, 수습해서 여기다 묻었다는 것이여. 지금도 가끔 일본사람들이 오고 그래"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은 일본인 공동묘지라고 말했다.

1597년 9월 16일 울돌목 명량해전. 적장 마다시(馬多時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조선수군에 의해 전사한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기록돼 있다. '항복한 왜인 준사는 투항해온 자인데, 내 배 위에 있다가 적의 배를 굽어보더니, 저기 그림무늬 붉은 비단 옷을 입은 자가 적장 마다시라 한다. 갈고리로 낚아서 배에 올리니, 준사는 기뻐서 날뛰면서,이게 마다시라 한다.'

당시 적장 마다시가 전사할 정도로 일본 수군은 참패했다. 명랑대첩이었다. 울돌목 일대는 일 수군의 시체로 뒤덮였고, 조류를 따라 내산리로 흘러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때마다 양지바른 산자락에 고이 묻었다. 내동, 마산, 오산, 지수, 하율, 황조 마을 사람들이 다들 손을 거들었다고 한다.

무심한 세월은 400여년이 흘렀다. 지난 2006년 일본 장군 구루시마를 연구한 한 학자가 우연히 왜덕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 마을을 직접 방문한 일본 학자 히구마 다케요시는 향토사학자와 마을 주민들을 직접 만나 왜덕산의 조성 경위를 전해 듣고 일본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전사한 구루시마의 고향인 일본 에히메 현 이마바라 시에는 구루시마 수군의 후손들로 현창회(來島保存顯彰會)가 결성돼 있었다. 현창회원들은 자신들의 선조의 무덤이 격전지 진도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히구마 교수는 지난 2006년 진도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400년의 세월을 넘어서 진도 왜덕산이 말하는 것'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왜덕산의 현재적 의미를 정리한 바 있다. 그는 "4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왜덕산에 지금도 잠들고 있는 병사들은 우리들에게 미래를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이야기 합니다"라면서 한ㆍ일 평화를 염원했다.



진도와 일본을 잇는 또하나의 인연은 일본 유명가수 덴도 요시미이다. 그녀는 1996년 유명 작곡가 나카야마 다이사부로가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배경으로 창작한 진도이야기 즉, '진도모노 가따리'(珍島物語)를 발표했다. 엔도가 이 곡을 부르기 전에 이미 진도를 다녀 갔다는 설도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는다. '바다가 갈라져요 길이 생겨요/ 섬과 섬이 이어져요. 이 쪽 진도에서 저쪽 모도리까지 바다의 신령님 감사합니다/영등 사리의 소원은 단 하나/ 뿔뿔이 헤어진 가족들의 만남/ 네 나는 여기서 기원하고 있어요/ 당신의 사랑 다시 이뤄지기를'

통통한 몸매서 나오는 보컬 파워와 세련된 무대 매너로 덴도 요시미는 일약 스타로 등극했다. 진도모노 가따리가 어쩌면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 전에는 그다지 유명 가수가 아니었다. 그녀는 한 때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조용필과 합동공연을 갖기도 했다. 그녀는 진도이야기를 열창하면서 가사 중 '감사합니다' 부분은 직접 우리말로 '감사 하므니다'로 발음하기도 한다.

진도군 관계자는 "왜덕산이 진도와 일본의 오랜 인연과 평화의 상징이라면, 진도모노 가따리는 스타 덴도 요시미의 인기와 애절한 가사와 곡조 덕분에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정말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들었다"면서 "일본 수군 무덤인 왜덕산 묘지와 바로 옆에 존재하는 정유재란 당시 숨진 진도군민들의 무덤인 정유재란 순절묘를 한ㆍ일 평화 공간으로 만든다면 의미 있는 역사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이건상 기획취재본부장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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