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 진단과 치료의 비밀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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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목디스크 진단과 치료의 비밀공식
  • 입력 : 2017. 07.10(월) 00:00



필자는 진료실에서 특히 목디스크로 진단받고 오는 분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공통된 안타까움이 있다.

첫째는 큰 병원서 MRI도 찍고 주사도 하고 했는데 좀 좋아졌다가 다시 아프다는 경우이다. 둘째는 타병원서 디스크라고 진단은 받았는데 단순히 증상이나 X-ray만으로 불완전한 추정진단에 근거해 본인은 목디스크가 있다고 믿고 있어 스스로를 그 진단명에 가둬 놓고 어찌할 줄 모르고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위의 사실에 대한 의학적 오해와 진실, 치료법에 대해 차분히 짚어 보려한다.

우선 MRI상에 디스크탈출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디스크 환자라고 할 수 있을까?

디스크는 심각한 외상이 아닌 바에야 결코 하루아침에 터지지 않는다. 이 과정은 디스크변성에서 시작하여 팽륜(터지지 않고 부푼 상태)을 거쳐 탈출증(디스크 터짐)에 이르기까지 디스크탈출증 발생의 병리학적 과정은 거의 일생의 과정을 통해 일어나며 실제로 정상노화의 관점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33개 논문을 종합해 총 3110명의 증상이 없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MRI검사 결과를 정리한 2015년 리뷰 논문에 따르면 디스크변성은 질환으로 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노화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목이 아픈 사람과 안 아픈 사람을 무작위로 MRI 검사를 해보면 실제로 디스크변성에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만약 MRI상 목디스크탈출증이 보인다 하더라도 그 병변이 현재 환우의 증상과 비례하지 않는 한 진짜 목통증의 원인일 확률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즉 MRI상에 디스크탈출이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정말 디스크탈출증으로 진단해도 되는지에 대해 의사와 환우들은 깊은 의심을 다시 품어야 한다.

지금 MRI상에 보인 병변이 정말 내 목통증의 원인인지를 의사와 더불어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영상과 환자의 증상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반드시 열어두어야만 한다. 이런 치열한 확인과 고민 없이 MRI영상만으로 디스크탈출증이라는 심각한 병을 낙인찍는 식의 진단은 분명 지양되어야만 하는 진료방식임에 틀림없다.

앞서 두 번째에 언급한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타병원서 확실하지 않은 추정진단인 디스크탈출증이라는 주홍글씨를 환자의 마음에 새겨놓아 환자가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이다. X-ray는 단언컨대 척추뼈의 모양과 만곡 등을 근거로 디스크질환에 대한 합리적 추정과 의심 정도만 가능한 정도의 검사법이다.

앞서 기술했듯이 MRI 촬영을 근거로도 디스크탈출증 확진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단순 방사선 사진만으로 진단이 가능하겠는가?

그렇다면 방사선 검사를 통해 디스크가 의심이 된다면 모두 MRI를 촬영해야만 하는 것일까? 만약 환우의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됐고 확실히 신경증상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바로 MRI 검사를 시행하는 것 보다는 신경근전도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법이다. 아쉽게도 이 검사는 재활의학과와 신경과 전문의들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해당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에서는 시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분명 환우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신경근전도검사를 익숙한 MRI 검사와 비교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신경근전도검사는 무엇보다 의료보험을 통한 지원혜택이 있어 MRI비용의 5분의 1 이하의 비용만이 소요되는 효과적이고 정확한 신경검사이다. 둘째 MRI 검사는 목 부위의 신경에 대한 한정된 영상검사라고 한다면 신경근전도 검사는 목부터 손끝까지 전체 신경, 척수 그리고 근육의 상태를 볼 수 있는 더 광범위한 기능검사이다.

근전도 검사는 신경과 근육의 기능을 직접 검사함으로서 MRI 영상을 보고도 확진하지 못하는 병변을 찾고 진단하는 감별사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검사는 디스크 수술을 앞두고 MRI에 병변이 너무 많아 주요 수술부위를 결정하기 위한 추가검사로 시행되기도 하며 반대로 MRI영상에는 마땅한 병변은 없으나 신경이상이 강력히 의심될 경우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의뢰되는 근거가 확실한 신경질환 진단법이다.

마지막으로 목디스크의 치료법에 대한 소개이다. 목디스크 치료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필자는 이를 축구경기의 전후반에 빗대어 설명하고자 한다. 축구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골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선제골을 얻기 위한 공격은 전반전에 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하는 것이 증상을 줄여주는 신경차단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선제골을 지키는 후반전의 강력한 수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수비진은 바로 경추의 심부근육운동과 인대강화주사이다.

전반에 골을 잘 넣었으나 경기 중에 방심하다가 역습을 당해 경기의 결과를 그르칠 수 있는 것처럼 증상만 가라앉히는 선제골인 신경차단술에만 만족하고 방심하다가는 디스크라는 강력한 상대에게 동점과 역전골을 허용하고 다시 통증에 빠지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선제골의 달콤함을 맛보았다고 할지라도 조바심을 버리고 수비에 해당하는 척추재활운동과 척추인대강화주사를 통해 경추의 안정성과 정상만곡을 회복하는 긴 후반전을 묵묵히 버텨내는 환우들에게는 디스크탈출증 완치라는 승리의 포상이 주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냉정한 진단과 묵묵한 치료만이 디스크탈출증이라는 강력한 상대에 맞서 전후반을 버텨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는 공공연한 승리의 비밀공식일 것이다.


박정욱

탑팀재활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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