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건축박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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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갑의 정원 이야기
"흥미진진한 건축박람회장"
송태갑의 정원이야기
  • 입력 : 2017. 07.21(금) 00:00
송광사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비해 건물배치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50여동의 많은 건축물들이 사찰경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건축물은 대개 조선시대 중기와 후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진입부에서 사찰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청량각(淸凉閣)이다. 걸어가며 옆에서 보면 평범한 건물같이 보이지만 개울 쪽으로 발길을 돌려 다시 바라보면 정교한 석조의 홍교 위에 지어진 누정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청량각 다리를 건너면서 위를 쳐다보면 상량보 위에 턱을 괴고 있는 용머리도 제법 흥미롭다. 청량각을 지나 계류를 따라 진입하다보면 송광사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 앞에 다다르게 되는데 일주문 전면에는 송광사 역대 고승과 공덕주(功德主)들을 기리는 비석의 숲, 요컨대 비림(碑林)이 있다. 전후 4출목의 9포작 다포(多包)로 구성되어 있는 일주문은 조선후기 건축으로 편액형식이 여느 사찰과는 다르다. 특히 창방(昌枋)과 평방(平枋)의 중앙에 세로로 '조계산(曹溪山)', '대승선종(大乘禪宗)', '송광사(松廣寺)'라고 쓰여 있어 송광사가 수선(修禪)을 중시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일반 사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척주각(滌珠閣)과 세월각(洗月閣)이다. 이 두 건물은 보통의 전각에 비하여 아주 작은 단칸 건물로 일주문 안쪽으로 서로를 의식한 듯 몸체를 약간 비틀어 나란히 서있다. 이들 건물은 사자(死者)의 위패를 모시고 그 혼(魂)을 실은 가마인 영가(靈駕)의 관욕처(灌浴處)로 사용되는 특이한 전각이다. 요컨대 영가가 사찰에 들어가기 위해서 남자의 영가는 천주각에서 여자의 영가는 세월각에서 각각 속세의 때를 벗기 위해 목욕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었다. 이 두 건물은 종교적으로나 건축적인 면에서 매우 특이한 건물로 유심히 보면 마치 연인이나 부부가 이별을 아쉬워하며 손을 맞잡고 있는 것 같은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으로 송광사의 진수를 볼 차례이다. 좌측으로 몸을 돌리면 송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화각(羽化閣)과 계류풍경이다. 계곡의 맑은 물 위로 우화각과 홍교가 거꾸로 비치는 모습은 어쩌면 속세와 인연을 끊고 불국(佛國)으로 향하는 선승(禪僧)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다리는 일명 능허교(凌虛橋)라고 부른다. 이곳을 찾은 시인과 묵객들의 한시(漢詩)가 다수 걸려 있어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우화각을 지나면 곧바로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초창(初創)은 광해군 원년(1609)이라고 하며 숙종44년(1718)에 중수하고 채색했으며 내부의 천왕상은 순조6년(1806)에 다시 채색(彩色)했다고 한다.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 쪽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종고루(鐘鼓樓) 아래로 지나야 한다. 해탈문이 있던 위치에 누각형식으로 지어진 종고루 2층에는 범종(梵鐘), 운판(雲版), 목어(木魚), 홍고(弘鼓) 등 일명 불전사물(佛前四物)이 비치되어 있다. 또 송광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물로 하사당과 국사전을 들 수 있다. 국사전과 하사당은 조선초기의 건물로 국보 제56호와 보물 제263호로, 약사전과 영산전이 보물 제302와 제303호로 각각 지정되어 있다. 특히 하사당은 삼일암과 더불어 참선(參禪)하는 방으로 활용되기도 하였으나 조선말기에는 수선사 선객들의 공양처(供養處)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하사당(下舍堂)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요사(寮舍)채, 요컨대 승려들이 거처하는 생활공간이다. 하사당은 이웃한 삼일암이 팔작지붕인 것에 비하여 맞배지붕 형식을 띠고 있어 번갈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부엌의 상부 지붕을 구멍 내어 솟을지붕 형식으로 환기공(換氣孔)을 장치한 것도 특이하다. 또 국사전은 송광사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송광사 16국사(國師)의 영정을 봉안한 곳으로 석조기단과 주변 석조담장들이 잘 어우러진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고 국사전 옆에 있는 진영당은 조선시대 대승이었던 풍암스님의 문하승들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 전각으로 그 기능은 국사전과 다르지 않다. 전각의 편액을 풍암영각(風巖影閣)이라 하였는데 이는 당시 송광사 승려들은 거의 풍암스님의 법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광사의 건물과 장식디자인, 그리고 편액들은 느리고 섬세하게 보아야 묘미가 있다. 목조건물디자인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데 풍화(風化)의 차이로 인해 미묘한 색조가 그라데이션(gradation)을 이루며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 건물과 장식, 그리고 건물에 내걸고 있는 간판, 공간배치 등 우리가 배워야 할 도시디자인의 원형(原形)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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