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생명경시… 영화는 논쟁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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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봉준호 감독 "생명경시… 영화는 논쟁의 시작점"
컬처현장 '옥자' 광주극장 시사회
상영 뒤 관객들과 토론
"동물ㆍ인간과 매개체 역
실낱같은 희망 기대감"
  • 입력 : 2017. 07.24(월) 00:00
지난 22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관객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 사진은 봉준호 감독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옥자'를 보러 광주극장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지난 22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영화 '옥자' 시사회를 열며 봉준호 감독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광주 극장의 단독 상영관은 봉준호 감독과 '옥자'를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시사회 시작 전부터 광주극장 입구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시사회가 시작되고 봉 감독이 스크린 앞에서 관객들에게 인사와 함께 영화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영화를 감상했다.

첫 장면은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거대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인 루시 미란도가 등장했다. 이어 10년 후 산 속에서 할아버지와 '옥자'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미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갑작스런 국면에 접어든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에서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간 것. 미자는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옥자를 되찾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떠난다. 미자는 여러 도움으로 옥자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 돼지이며 공장식 축산농가에서 도살당할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관객들은 공장식 축산 현장의 모습이 나타나고 옥자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안타까운 탄성을 뱉어냈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쉽게 여운을 가라앉히지 못한 모습이었다. 영화 시작 전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영상이 있으니 끝까지 봐달라"는 봉 감독의 말대로 관객들은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봉 감독이 무대에 올라 '옥자' 상영 논란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봉 감독은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멀티플렉스와 관련이 없는 영화관을 방문하게 됐고 여러가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데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을 만나게 되니 진짜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대형 공장식 축산업에 대해서 그런 고통을 받는 동물과 인간의 모습에서 인간과 동물 함께 비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장 고기를 끊고, 돼지갈비집은 두부전골집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공장식 축산업을 줄여가고 고기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키워드인 '공장식 축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옥자는 두 시간에 걸친 소녀와 동물의 드라마이고 공장식 축산의 모습과 그런 논란으로 들어가는 입구다"며 "관객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주제 자체를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있다. 영화 자체는 그런 논쟁의 출발점으로 안내하는 입구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객이 "영화에 희망적인 요소가 많은데 감독이 생각하는 희망이란 무엇인지"를 묻자 봉 감독은 "희망은 '실낱'같기 때문에 가치가 커진다"며 "여전히 삶은 피곤하고 화나는 일도 많지만 우리가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영화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질문의 답이 아닐까 싶다"며 미소지었다.

한편, 영화 '옥자'는 디지털 스트리밍에 기반을 둔 투자사와 극장에서 지난달 29일 동시 개봉하기로 했으나 마찰이 생겨 멀티플렉스 극장 일부가 상영을 거부한 바 있다. 광주에서는 광주 극장에서, 전남에서는 고흥작은영화관과 구례자연드림시네마에서 상영 중이다.

글ㆍ사진=오민지 기자 mjoh@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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