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 썼다가 빚더미 앉은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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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금 썼다가 빚더미 앉은 청년들
사업 고전에 상환 연장 호소 "불가"… 신불자 양산
대출 내주면서 관리는 뒷짐… '안전시스템' 마련을
  • 입력 : 2017. 08.09(수) 00:00
#사례1 지난 2015년부터 광주 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32)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7000만원의 청년전용창업자금을 대출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익이 좀체 나지 않았다. 한달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내기도 빠듯했다. B씨는 중진공 측에 원금 상환 시기 연장을 수차례 문의했지만, "원칙상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례 2 B씨(35)는 지난 2014년 직장을 그만두고, 중진단에서 1억원의 청년전용창업자금을 빌려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사업을 꾸려나간 지 2년이 지나자 매달 400만원의 대출금을 상환해야 했기 때문.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B씨는 급기야 원금과 이자를 제 때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운용하는 '청년전용창업자금'이 오히려 청년층을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청년들을 위한 창업자금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 기존 사업자들이 활용하는 일반 정책자금과 상환기간이 비슷하다. 즉 상환 기간 전까지 사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청년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는 정부가 청년창업 대출은 적극 지원하면서도, 사업 과정을 관리하거나 창업 실패 이후 재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이 없는 탓이다.

취업난으로 광주ㆍ전남지역에도 청년창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 예비 창업자 대상 금융 상담과 교육을 활성화 시키는 한편, 부채 해소 지원 대책 등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광주ㆍ전남 청년전용창업자금 융자는 2012년 48억3100만원, 2013년 48억6000만원, 2014년 56억원, 2015년 66억원으로 집계됐다. 광주ㆍ전남에서 청년전용창업자금 미상환액은 2014년 3억7300만원, 2015년 6억9300만원, 2016년 3억2600만원으로 나타났다. 미상환액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기간을 연장할 수 없어 창업 이후 빚만 떠안은 청년창업자들도 늘어나기때문이다.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일부 청년 창업가들은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한다.

현재 청년창업자가 '신용불량자'가 되면 개인 회생 절차를 통한 개인 신용을 회복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부채를 해소할 있는 재정지원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김태진 광주 청년부채 TF 위원장은 "한번 대출을 갚지 못하고 빚더미에 오르게 되면,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창업이라는 것이 일정기간 수익 구조를 만들 시간이 필요하다. 수익구조를 만들 때까지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실패한 이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중진공은 우수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청년층의 창업 초기 운영자금을 공급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청년전용창업자금을 운용 중이다. 만 39세 이하인 예비창업자나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직접ㆍ신용대출로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사업 초기인 2012~2013년에는 대출금리 2.7%, 대출기간 1년 거치 2년 상환에서 2013년 2년 거치 3년 상환으로 연장됐다. 올해는 금리 2.0%, 대출기간은 3년 거치 3년 상환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일반 창업자금의 대출 기간(시설 8년 이내, 운전자금 5년 이내) 등과 비교하면 일반 정책자금과 대출기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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