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순수한 민초들의 마음을 닮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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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가난하지만 순수한 민초들의 마음을 닮은 꽃
가난한 불자의 꽃 '부처꽃'
정영권의 야생화 사랑
  • 입력 : 2017. 08.11(금) 00:00
부처꽃은 가로화단ㆍ정원에 모아심기를 하면 홍자색 군무가 장관이고, 하얀 나비와 꽃 물결을 이뤄 색조가 대비돼 한층 아름답다.

소년이 스님에게 물었다. "살아있는 부처님을 만날 수 있습니까" "그럼 만날 수 있지. 부처님은 너를 보면 맨발에 헌옷을 뒤집어 입고 울면서 너를 맞이할거야."

소년은 스님의 말에 기뻐하며 어머니께 살아있는 부처님을 만나러 간다고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전국을 찾아 다녔지만 살아있는 부처님을 만날 수 없었다. 지치고 배가 고픈 소년은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저 왔어요" 라며 사립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바로 뛰어나와 울면서 아들을 안았다. 그 때 어머니는 헌옷을 뒤집어 입고 맨발이었다. 소년이 그토록 만나보고자 했던 '살아있는 부처님은 바로 어머니'였다.

우리는 날마다 부처님을 보고 만나면서 부처님을 만나려고 안달이다.

어머님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나왔고, 양육돼 사람이 되었건만 그 사랑을 모르고 외면하려 한다.

삼라만상 천지에 부처님으로 가득 차 있는데 부처님의 마음은 없다. 보이는 형상만을 진짜라고 한다.

세상은 보이는 꽃(花)도 많지만 보이지 않는 꽃(華)은 영원히 시들지 않고 언제나 피어 나지만 보이는 꽃만이 최고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알량하게 보이지 않는 꽃의 사랑을 베푼다며 한손으로는 사진으로 남기고, 기록으로 남겨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만 하면서 보이지 않는 순수 꽃을 보이는 꽃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성불(成佛)하소서" "성불(成佛)하십시오" 더 이상 이를 데없는 깨달음을 열어 부처님이 되시라는 야생화. 백중날 부처님께 연꽃 대신으로 바쳤다고 해 '부처꽃'으로 부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천대받고 고통의 삶을 살아왔다.

부자들은 연꽃을 바치면서 만복을 기원했겠지만 연꽃을 살 수 없는 민초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저 가련한 꽃송이를 들고 가는 초라한 마음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까. 부처님는 자비를 베푸는데 자비를 받는 길이 이리도 차별되고 초라한 것인 씁쓸하다.

그러나 부처꽃은 당당하고 품위가 있다. 부드럽고 살가운 색채가 그러하고, 가지마다 피어나는 꽃송이가 그렇다.

물속에서도 물가에도 메마른 땅에서도 강렬한 햇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피어 난다.

꽃 속에는 꿀이 많아 벌 나비가 쉼 없이 찾아온다. 특히 하얀나비가 무리지어 찾아 온다. 꿀 공양에 정신없는 나비는 다가가도 모른 척하고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가녀린 꽃송이에 가던 길 멈추고 향연에 동참해 아름다운 동행으로 인도 한다

부처꽃은 부처꽃과 다년생으로 어느 환경에서도 잘 서식하지만 연못이나 강변 습지에서 잘 서식한다. 줄기가 가늘어 쓰러지기도 쉬운 편이다.

봄에 원줄기를 잘라주면 잔가지가 많이 나와 꽃이 풍성하고, 키도 작아져 쓰러짐이 적다.

가로화단ㆍ정원에 모아심기를 하면 홍자색 군무가 장관이고, 하얀 나비와 꽃 물결을 이뤄 색조가 대비돼 한층 아름답다. 습지나 연못 주위, 강변 고수부지 등에 심으면 꽃색이 선명하고 생육도 왕성하다.

화분에 심으면 키가 커 관리가 힘들므로 순지르기를 한 뒤 키를 낮게 해주면 된다.

9~10월에 종자를 채취할 수가 있는데 아주 미세하고, 종자량도 풍성해 대량증식이 가능하다.

종이봉투에 저장 후 3월께 파종하면 7월부터 꽃을 볼 수 있다.

단기간에 꽃을 볼 수 없는 장점과 은은한 향기는 덤이다. 생약명으로 천굴채(千屈菜)라고 하여 설사를 멈추는 효능이 있다.

혈액과 혈관조직도 좋게하며 피부궤양 치료에 사용한다. 꽃말은 '슬픈 사랑'이다.

백중날 부자들은 연꽃을 부처님께 공양했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연꽃과 비슷한 시기에 피는 부처꽃으로 꽃공양을 대신 했기에 슬픈 사랑이 아니겠는가.

가난한 민초들의 애환과 슬픔, 가난하지만 순수한 백성들의 마음, 가난하나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던 민초들을 생각하게 된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서로 돕고 나눠 먹으며 사랑을 베푸는, 보이지 않는 꽃을 피우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행복한 길을 걸어보자.


하늘이 가꾼 불상 '금불초'



찬란한 황금빛 색채에 온화한 미소의 자태를 가진 꽃. 송이송이 무리지어 피어나는 국화과 '금불초'다. 여름에 핀다해 하국(夏菊)이라고도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부처님의 온화하고 환한 모습 같아 금불초(金佛草)라고도 하고, 금빛 꽃들이 불타는 듯이 피어난다 해서 금불초라고도 한다. 불자 입장에서는 전자가 맞고, 정열적인 사람은 후자가 맞을 듯 싶다. 대체로 전자가 맞다는 의견이 많다. 한자이름도 그렇고 불상의 황금색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절에 가면 큰 불상, 작은 불상, 정교한 불상, 아름다운 예술적 불상이 모셔져 있다. 내가 만든 부처님, 내가 빚은 불상만이 최고이고 진짜라고 주장하며 다른 것은 가짜, 거짓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로 불신하고 힘들어한다. 완벽한 형태의 불상은 자연에서 오는 꽃, 하늘이 가꾼 야생화 '금불초'가 진짜 살아있는 불상이 아닐런지.

옛날 금슬 좋았던 부부가 남편이 옆구리가 아프다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의원과 해부해 본 결과 원인이 '담석'이라고 했다. 그 부인은 남편 생각에 담석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어느날 산에서 땔감을 구해 오는데 담석이 반으로 준 것을 보고 풀을 세세히 분석하니 금불초 덕분이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처음에는 동전과 비슷해 금전초(金錢草)라 하다가 금불초라 했다는 전설이 있다

정열적인 꽃이지만 까칠한 꽃이기도 하다. 국화과로 꺾꽂이 하려고 절화하면 20~30분 안에 시들고, 물올림을 제대로 못해 꽃수명도 짧다. 성질도 급한 전라도 사람 기질을 닮았던가. 아니다. 개량되지 않고 세련되지 못한 순수한 야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번식도 어렵다. 종자발아는 3년 동안 시험했으나 발아율은 제로였다. 종자번식은 실패 했으나 다행히 흡지가 잘 나와 흡지 번식이 적합하다. 흡지는 4월이후 줄기근처에서 잘 발생되므로 수시로 채취해 포트에 심으면 활착이 잘 된다. 한번 심었던 땅에는 기지현상인지 절대 활착이 되지 않는다. 그냥 자연상태의 꽃을 보고 흡지를 가져와 화단에 심는 방법밖에 없다. '상큼함'이라는 꽃말처럼 이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상큼해진다. 황금빛 미소로 물결치는 꽃송이를 보노라면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준다. 노오란 물결을 넘실대며 온화한 자태에 상큼한 미소 지으며 피어 오르는 '금불(金佛)'이요 아름다운 사랑 머금고 자비를 베풀며 넘실거리는 '금불(金佛)'이로다. 뜨거운 산야에 황금물결 춤을 추며 금빛으로 불타노니 '금불'이고 뒤로 읽으면 '불금' 이다. 산야에 만발한 금불초를 만나 자연의 살아있는 불상을 친견 하고 뜨거운 불금을 만끽하며 상큼함과 행복을 느껴보시라.



색향미 연구소장ㆍ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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