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상대하던 식당ㆍ독서실 등 폐업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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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시생' 상대하던 식당ㆍ독서실 등 폐업 잇따라
사법시험 폐지… 전남대 후문 '고시촌' 가보니
최근 마지막 시험 합격자 발표 70년 역사 종지부
고시원 건물엔 '임대문의' 안내문… 업종전환도
공시생 빈 자리 채워… 일부 '사시 존치' 주장도
  • 입력 : 2017. 10.16(월) 00:00
광주 북구 전남대 후문에 고시학원 등이 밀집한 고시촌이 사법시험 폐지로 쇠락하고 있다. 사진은 전남대 후문의 폐업한 독서실.
"불과 반년 전까지만해도 두꺼운 법전을 들고 밥 먹으러 오는 사법고시 준비생들로 북적거렸는데, 지금은 공무원 시험을 대비하는 이들로 바뀌었죠. 손님이 줄어들면서 매출도 반토막 났어요."

광주 북구 전남대 후문 이른바 '고시촌'에서 15년째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50ㆍ여)씨는 사법시험 폐지가 못내 아쉽다. 수많은 고시 준비생들의 밥상을 차려주며 그들의 꿈을 응원했던 시절은 어느덧 과거의 추억이 됐다.

지난 1947년 도입된 사법시험은 오직 성적으로만 합격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유일하게 부와 권력, 연줄이 통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졸 학력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국가 수장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사법시험은 많은 젊은이들이 시험 합격을 위해 오랜기간 고시촌을 떠도는 '고시 낭인'을 낳고,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는 지적과 2009년부터 전국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문을 열면서 단계적으로 축소됐다.

급기야 사법시험은 지난 11일 2차 합격자 55명을 배출하며 70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이 남아있지만, 2차 합격자의 상당수가 통과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사법시험 폐지와 함께 독서실, 식당, 학원 등이 밀집해있던 고시촌도 업종 전환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남대 후문 북구청 주변이 대표적이다. 3000원~4000원이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고시식당', 독서실ㆍ고시원 등이 자리잡았던 건물에는 '임대문의'라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이곳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고시식당은 사법시험이 치러지던 때에 비해 3분의 1 수준도 안될만큼 감소했고, 그 자리는 각종 프렌차이즈 음식점이 메우고 있다"며 "고시원도 줄어들고 있는데, 사시 준비생들이 대거 빠져나간 뒤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대학생,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시촌'의 고시는 과거엔 사법시험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이젠 행정직ㆍ경찰직 등 공무원 시험으로 통용되고 있다.

전남대 인근 대형 고시학원 관계자는 "최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며 "열정과 패기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사법시험에 비해 로스쿨은 평균 2000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로 여건이 되는 청년들만 준비하기 때문에 대중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2016년 9월 고시생들이 청구한 제1차 헌법소원은 '사시 폐지 합헌'으로 결론이 났지만, 고시생 단체 등은 지난 7일 "고졸과 서민의 법조인 진출을 막는 로스쿨 제도는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2차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사시 존치 고시생 모임'의 대표 권민식(39)씨는 "현행 로스쿨 제도의 입학절차는 높은 학력ㆍ연령ㆍ경제적 진입장벽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수험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 사교육에 심각하게 의존하면서 법학 학문은 고사상태에 빠졌다"며 "법학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현행 법조인력양성제도인 로스쿨은 실패했다. 헌재와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사시 폐지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ㆍ사진=김화선 기자 hs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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