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꿈' 가로막는 부채… 고단한 광주청년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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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래의 꿈' 가로막는 부채… 고단한 광주청년들의 삶
광주청년 부채 실태 심층 진단
명목은 학자금 실제는 가족 생활비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의 되풀이
저축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
  • 입력 : 2017. 11.15(수) 00:00
백경호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연구이사가 14일 광주시청에서 '광주지역 청년부채 실태조사와 해소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광주시는 14일 '광주지역 청년부채 실태조사와 해소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청년의 부채문제 해소 지원방안을 확정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청년부채 실태조사는 학자금 부담과 취업난으로 가중되고 있는 청년의 부채문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해법을 찾기 위한 것으로, 광주시는 지난 5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청년 부채에 대한 종합조사를 진행했다.

●심층 면접조사에 나타난 청년들의 삶

이날 공개된 최종 조사결과에는 고단한 광주 청년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본 그들의 삶은 더 고단하다.

대학생 A씨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도 없는 처지다. 자신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오빠가 몇 년간 요금 연체를 하면서 자신마저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한 탓이다. A씨는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못 하게 돼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내가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푸념했다.

B씨는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700만원을 대출받았다. 명목은 학자금이지만, 사실은 가족들을 위해 사용할 생활비였다. '취업 후 상환' 조건이기 때문에 현재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생계비를 위해 추가 대출을 알아봤지만, 한국장학재단의 빚 700만원 때문에 더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직자 C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1000만원을 학자금으로 대출받았다. 그러나 250만원은 오빠가 사용했고, 나머지 750만원도 사실은 가족의 생활비 명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빚을 돌려막다보니 점차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대학 졸업 후 전업주부인 D씨는 처음 빚은 200만원가량이었다. 문제는 높은 이자였다. 이자를 내고 생활비로 쓰다 보니 다시 300만원을 빌리고, 또 500만원을 빌리고…. 결국 그의 빚은 1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2년째 이자만 갚고 있다는 그다. 그는 한달 30~40만원을 이자로 내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정규직에 취업한 E씨는 주변에서 빌려 빚을 갚고 돈이 생기면 갚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스스로 신용불량자의 길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상당수다. 비정규직 취업자 F씨는 높은 이자 탓에 일부러 빚 갚는 것을 포기했고, 스스로 신용불량자의 길을 택했다. F씨는 "신용회복을 신청해 놓으면 2~3달정도 돈을 안 갚을 수 있는 유예기간이 생기더라. 그 기간동안 갚을 금액이 없어도 되니 여러가지 이유로 연체를 택했다"고 했다.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이다. "저축할 돈이 없다. 하지만 저축에 대한 욕구는 있다.” "(저축) 목표는 월 50인데 아직까지 하지는 못하고 있다.”“지금은 돈이 더 나간다. 모아놨던 돈에서도 나가고 있고 알바를 하면서 쓰고 있다." "어차피 저축은 돈 다 갚고 해야하는 거잖아요. (저축을) 생각이 있지요. 시도는." 광주 청년들의 힘 없는 목소리들이다.

●광주시 청년 금융복지정책 시동

광주시는 이날 청년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 청년들의 부채 고민을 해소하고 경제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 금융복지정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진은 청년 채무조정 지원, 긴급 생활비 지원, 광주청년 비상금통장, 교육·상담 프로그램 운영, 금융복지 네트워크 구성, 금융복지 전산망 구축, 광주청년 금융복지센터 운영 등 7가지 정책사업을 제안했다.

광주시는 제안된 7가지 정책사업을 '광주청년 금융복지 지원계획'에 최종 반영하고, 민간의 청년 금융복지 역량을 키워가기 위해 청년단체와 유관기관을 포괄한 '광주청년 금융복지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광주 청년부채 실태조사와 해소방안 연구 책임연구원인 남서울대 장동호 교수는 "청년들이 자기진로와 미래를 선택하는 데에 부채가 제약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빚이라는 금융 관점에 생활안전망의 확보라는 복지 관점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원인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백경호 연구이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청년정책에도 적용된다"며 "청년부채정책은 발생한 빚을 줄여주는 선에 그쳐서는 안 되며, 청년수당이나 청년통장 등 기본생활을 보장해 빚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