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 2세대 강용욱ㆍ임인식, 광주음악을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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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남의 통기타 이야기
별밤 2세대 강용욱ㆍ임인식, 광주음악을 빛내다
국소남의 통기타- 광주 통기타 중흥기
  • 입력 : 2017. 12.20(수) 00:00
1976년 광주MBC 별이빛나는 밤에 데뷔 당시의 강용욱
1976년 데뷔 본격활동
정통 통기타 가수 활약
 
강용욱
다운타운가 '종횡무진'
경기도 과천으로 이주
소외 지역민 음악봉사
임인식
통기타ㆍ노래 평생동지
사직골 운영 등 사업도
김정호거리만들기 앞장


동토의 빙하와도 같은 색을 머금은 회색빛 안개가 동네 호숫가를 덮으며 겨울의 새벽이 오고 있다. 새벽운동 삼아 나선 동네 호숫가에서 헤드폰을 머리에 얹고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듣는다.



●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

1741년 여름. 그의 오라토리오의 대표작 '메시아'를 작곡한다. 1742년 4월 13일.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자신의 지휘로 초연됐다. 그는 이곡을 식음을 전폐하며 24일 만에 곡을 만들었다.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복음서를 기초로 성서의 예언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생애, 부활과 생명으로 이어지는 독특하고 장엄한 곡이다.

'오라토리오'란 성서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독창과 중창, 합창에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하는 긴 성악형식의 곡이다. 극적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오페라와는 달리 연기도 무대장치도 없이 배역만 나눠 부른다. 처음에는 서곡으로 시작되며 여러 성악곡이 연주되는데 보통 3부로 나뉘어져 있다. 메시아라는 말은 구세주를 뜻하는 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말한다.



● 오라토리오 '메시아' 3부로 구성

서곡 신포니아를 시작으로 제1부 예언ㆍ탄생 (21곡), 제2부 수난ㆍ속죄 (23곡), 제3부 부활ㆍ영생 (9곡) 등 53곡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흔히 듣던 제2부 끝 곡(44번째 곡)이 그 유명한 '할렐루야'다. 필자가 '메시아' 전체 곡 중 으뜸으로 즐겨 듣는 곡은 제3부 합창곡 53번째 끝곡인 '죽임 당하신 어린 양'과 '아멘'이다. '아멘'이란 합창은 노래의 단어가 아멘으로 일관된다. 소프라노가 26번, 앨토가 36번, 테너가 37번, 베이스가 39번의 아멘을 외치고서야 메시아의 오라토리오가 종결된다.

●음과 음이 합해지면 양이 될까

필자가 미국 이민생활 중 뉴욕 한인교회에서 메시아를 두 번 공연한 바 있다. 종결부 '죽임 당하신 어린 양', '아멘'은 도저히 그 종렬이 화성악상의 이론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불협화들이 부딪히기를 반복한다. 마치 '디미니쉬' 코드의 구성음인 단3도 플러스 단3도가 겹쳐져 불협화성이지만 아름다운 음이라 칭하는 것처럼, 별빛이 밤공기를 쪼개듯 듣는 이로 하여금 황홀과 무아지경으로 사람의 뇌를 쑤셔댄다. 끝내는 앙상블이 극에 달한다. 아멘, 아멘, 아멘하면서….

오라토리오가 그러하듯, 헨델의 '메시아'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곡을 시작으로 아리아와 중창, 레치타티보, 합창 등 여러 형태의 노래가 나타나며 청중에게 다양한 인상을 남겨준다.

●메시아 '할렐루야'에 얽힌 일화

하이든이 이 곡을 듣다가 감동을 받아 무의식 중에 '저편에서 신의 영광이 나타났도다'라고 외치며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작곡을 결심했다. 마침내 '메시아'는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엘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로 일컬어진다.

'메시아'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중 최고 걸작으로 2부 끝곡인 '할렐루야'가 가장 유명하다. 이곡을 런던에서 초연할 때 영국의 국왕 조지2세는 '할렐루야' 부분('왕의 왕 주예수'란 단어가 합창 될 때 자신보다 더 위대하고 큰 왕이 있음에)에서 너무 감동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사례를 계기로 오늘날 '할렐루야' 합창이 연주되면 청중은 일어나 감상하는 것이 정설로 됐다. 필자는 오늘 이른 새벽 매년 이맘때 쯤 꼭 한번은 듣고야 말았던 '메시아'를 새벽 공원 숲길에서 들었다. '할렐루야' '죽임 당하신 어린양' 그리고 '아멘'을…



●'별밤'에 큰 재목들 들어오고

1972년 말 국소남(필자)과 이장순을 시작으로 1974년엔 이준용과 김인곤, 1975년에 정용주, (고)김형욱, 최유진, 정오차, 박경천, 최우남, 김만준, 국옥현, 나미경이 입단한다. 1976년엔 강용욱, 임인식, (고)김경찬, 김정식, (여)김용숙, 박해종이 별밤을 통해 방송에 데뷔한다.

1960년대 후반 광주 최초 음악 감상실인 충장로 1가 카네기 홀을 비롯해 황금동 르네쌍스, 충장로4가 화신다방이 전문 음악 감상실로 출발했다. 1970년 초ㆍ중반 금남로 관광호텔ㆍ대도호텔 등 시내 중심권 내에 통기타 라이브 홀인 조약돌, 주마등, 늘봄, 꽃다방, 유토피아, 조랑말 등 포크음악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돼 확장돼던 시기다. 전문 음악 감상실은 숫자를 헤아릴 수없을만큼 번성하고 있었다.



●'통기타와 포크 강용욱'(1976)

별밤 2세대 주역인 강용욱은 1953년생으로 광주가 고향이다. 한해 전 별밤에 입단한 박경천과 듀엣(바둑이와 강아지)을 결성, 방송을 시작한다. 필자가 집필했던 '광주포크 30년 약사'에서 강용욱을 이렇게 썼다. '일찌기 전국방송을 통해 알려진 순 광주 토박이 정통 통기타 가수.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클래식한 창법에서 우러나오는 보이스가 매끄럽다 못해 성가곡을 듣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곤 한다.

그만큼 발성이나 음정처리가 깨끗한 가수다'라고 썼다. 얼마 후 솔로로 독립, 80년대 초반까지 그만이 갖고 있는 무대 열정과 카리스마로 광주 다운타운가를 종횡무진했다. 1983년 '잎새에 스친 바람(옴니버스)'을 취입하고 KBS서울 보도본부 24시에 소개돼 한때 광주 시내 음악 감상실에서 '잎새에 스치는 바람'의 리퀘스트(신청음악)가 쇄도, 그의 인기를 가늠케 했다.

1984년 상경해 중앙 무대로 진출하면서 경기도 과천에 둥지를 튼다. 밤무대 등 라이브 무대 경험들을 통해 그가 갈망하던 블루스,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을 섭렵하며 음악적 영역을 넓혀 나간다. 제2의 고향이 된 과천에서 연예예술인협회장을 2년간, 과천 예총지회장을 10여년 간 역임한다.

강용욱. 그는 음악적 열정의 끈을 끝내 놓지 않았고 '그 누가 아는가' '가난한 시인의 초가집', 1989년에는 '그대는 나에게', '번뇌의 몸부림' '한' '내 영혼의 불씨' 등 2집 음반이, 1991년 '세일즈맨의 부루스' 3집 음반에는 만년소녀로 불리던 요절가수 장덕의 노래 '좀 더 가까이'와 '비 그리고 사랑' '애만 태우네' '가을비 내리던 어느 날' '슬픈 사랑이야기' 등이 수록돼어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없는 소외 지역민을 위한 20년 간의 자원봉사공연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교도소(청주ㆍ영등포ㆍ안양ㆍ대전), 서울구치소는 매주 수요일 10여년 간 노래로 봉사했다. 그래서일까. 강용욱은 '사랑을 실천하는 따뜻한 가수다'라는 칭송이 끊이지 않는다. 2014년 과천시의원에 출마, 끈질긴 도전을 시도한다. 현재는 노래교실과 경로당, 문화원, 마사회(Let's Run Park) 등을 찾아가며 노래로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숨 고르며 편안하게 생활할 수도 있으련만 그는 음악적 열정과 끈기 하나로 역주 중이다. 어디까지, 언제까지일지도 모를 그 노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기타ㆍ노래없이 못살아' 임인식(1976)

1954년 해남출신인 임인식은 1976년 별밤에 입단한다. 구성진 베이스 톤에 구부러진 허름한 모자를 쓰고 늦은 저녁 카페에서 노래하는 그를 볼라치면 삶과 생활의 무거움들이 보이는 듯하다. 허나 그 자존심과 끈기 하나로 버텨 온 내 인생에는 늘 기타와 노래가 있었다고 말하던 임인식. 그의 얼굴에 그려진 잔주름이나 인생여정이 무겁고 지루한 들 어떠랴. 통기타의 한 음률에 시름 버리고 세상을 향해 자신을 내보이던 그가 부럽기까지 한다. 누가 뭐래도 그는 오늘도 통기타로 인생을 노래한다. "나는 평생 기타치고 노래하며 살란다" 임인식의 변이다.



● 임인식과 '코이의 법칙'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특이한 물고기기 있다. 우리는 비단잉어로 알고 있는 그 물고기다. 이 물고기 코이는 어항에 기르면 5~8㎝ 밖에 자라지 않는다. 헌데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놓아두면 15~25㎝까지 자란다. 강물에 방류하면 90㎝~1.2m까지 성장한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만 하고 강물에 놓아두면 대어가 되는 신기함. 이를 두고 사람들은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생각의 크기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코이의 법칙'. 듣기만 해도 설레이지 않는가.

사람에게 '코이의 법칙'을 대비시켜보면 어떨까. 아마 흔히 말하는 운명론적 순간, 즉 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 다른 길을 택했다면 어떻게 되는걸까. 사람이 태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결혼 등 자기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면 결과는 어떤 삶으로 변해 있을까. 통기타 가수 임인식이 그렇게도 좋은 성대를 가지고 태어났으나 통기타를 하지 않고 어릴 적부터 클래식 성악가로 꿈을 키웠다면 지금의 임인식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까. 아마 유명한 바리톤 가수쯤으로 변해있진 않을까 상상해 본다. 유명한 바리톤 가수 임인식.

'코이의 법칙'은 우리의 상상을 가늠케 하는 법칙임에 틀림없다. 꿈을 꾸었다면 꿈을 꾼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코이의 법칙'. 그거 참 그럴싸 허네 그랴.

임인식은 1976년 별밤 입단을 시작으로 1983~2003년까지 별밤정기공연에 참여했다. 1983년 바람만이 아는 길(옴니버스)을 발표했으며 한 때 서울에서 한국세정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다 낙향, 광주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공간을 마련, 음악을 사랑하고 통기타를 선호하는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 사직공원에 위치한 '사직골(라이브 업소)'을 시작으로 '별이 빛나는 밤에' (1999~2016)를 운영, 팬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2007년 대한가수협회 광주 지회장을 맡아 광주권 가수들을 규합, 큰 역할을 맡으며 현재 광주출신 가수 (고)김정호를 기리는 사업 '김정호 거리 만들기'에 주력, 광주시와 해당구청ㆍ동 등을 뛰어다니며 추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제3회 김정호 거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추모음악회를 실시, 대구의 김광석 거리에 비길 만 한 사업결과가 나올 때까지 광주권내 모든 가수들의 단합과 일치로 숙원사업이 이뤄 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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