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청년부채 '맞춤형 해결 창구' 문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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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막막한 청년부채 '맞춤형 해결 창구' 문 두드려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ㆍ꿈틀은행
1대 1 생활경제 컨설팅ㆍ무담보ㆍ무이자로 대출
"청년부채, 지역공동체ㆍ금융권 협력해 풀 문제"
  • 입력 : 2018. 01.29(월) 21:00
지난 26일 광주 청년드림은행 사무실에서 (왼쪽부터)배준영 감사, 김설 조직이사, 주세연 사무국장, 박수민 센터장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취업준비생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장시간 서있거나 근력을 쓰는 일을 하면 힘부쳐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오래 버티지를 못했다. 사정상 집에서 나와 대학가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는 A씨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게 느껴졌다. 부모님께 손을 내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생활비가 절실하게 필요한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곤 있지만 언제까지 '알바 인생'으로 살 수 없으니, 틈틈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좌절하던 중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저금리 대학생 대출'을 검색했다. 우연찮게 연관 검색어로 '꿈틀은행'이 A씨의 눈에 들어왔다.

용기를 내 최근 꿈틀은행을 찾은 A씨는 박수민(33ㆍ여ㆍ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ㆍ꿈틀은행장)씨와 대면상담을 가졌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A씨는 박씨와 상담을 통해 150만원을 대출 받고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았다. 1년간 150만원을 갚겠다는 A씨의 상환 계획을 확답받은 박씨는 상담 과정에서 '걱정없이 취업준비를 하고 싶다'는 이 청년의 '꿈'이 상환금 150만원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들이 매년 광주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빛이 아닌 빚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 중 단순히 몇십만원의 생활비 때문에 고금리ㆍ불법 사금융 대출을 이용하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갚지 못해 '부채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막막한 청년부채 문제를 '맞춤형으로 해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이하 광주청지트ㆍgjccej.modoo.at)와 꿈틀은행을 운영 중인 박수민 씨와 배준영 감사, 김설 조직이사, 주세연 사무국장이 주인공이다.

특히 박씨는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5년간 근무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난 2년간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경실련)에 입회해 청년부채 관한 업무를 담당했다.

청년 부채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절감하며 지난해 1월부터 시민ㆍ청년단체, 금융권과 손을 잡고 청년 부채문제 해결에 앞장설 준비에 나섰다.

박씨는 "10만원이 없어 생활비 대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걸 아실까요. 그런데 있어요. '보이지 않는 가난'을 숨기고 살다보니 빛은 잃고 빚만 지면서 사는거죠. 그런데 청년부채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예요. 개인, 가족, 사회, 국가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죠. 광주에서 빚 때문에 빛을 잃는 청년이 없도록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리가 모였습니다."

같은 해 9월 청년들이 현명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사람 중심의 경제생활문화를 만드는 사회적협동조합 '광주청지트'를 출범했다.

부채문제로 인해 채무 악순환에 시달리는 지역 청년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청년 부채문제 해소, 장기적으로 돈에 대한 주도적인 습관을 기르는 상담ㆍ교육을 하고 있다.생활경제 교육, 1대 1 생활경제 컨설팅, 생활경제상담사 양성, 청년부채ZERO캠페인 등 다양한 금융복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광새마을금고가 지역 청년들의 부채탕감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고 광주경실련에 1000만원을 기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사업을 위탁받은 광주청지트에서 지역 청년들을 위해 지난해 12월 25일 '꿈틀은행'을 설립했다. 청년들이 높은 금융권의 벽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받으면서 부채 문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꿈틀은행'은 광주지역 만 19세~만 39세 청년을 대상으로 무이자ㆍ무담보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소액이 필요한 청년들이 꿈틀은행에서 재무상담을 통해 필요로 하는 적정 금액을 빌려 스스로 상환계획을 세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꿈틀이 대출(50만원 이내)과 왕꿈틀이 대출(최대 한도 150만원) 2종류가 있다. 대출 과정은 온라인으로 간단한 서식을 제출한 뒤, 반드시 '대면상담'을 한 뒤 대출위원회가 심사 후 승인하는 방식이다. 꿈틀이 대출은 5개월 이내에 상환해야 하며, 왕꿈틀이 대출은 스스로 상환계획을 수립한 뒤 갚으면 된다.

박씨는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광주청지트와 꿈틀은행이 큰 전환점을 맞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청년부채는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 지역사회, 금융권, 시민ㆍ사회단체 모두가 관심을 갖고 협력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고 밝혔다.

글ㆍ사진=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