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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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겨울을 나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
광주롯데갤러리 '우리동네겨울이야기'전
2일부터 20일까지
광주롯데갤러리서 개최
이이남ㆍ한희원ㆍ박상화 등
  • 입력 : 2018. 01.31(수) 21:00
노여운 작 '머무르다(늦은밤)'
계절마다 바람냄새, 공기의 기운이 있듯 절기가 주는 서정은 지나간 시간과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안고가는 표정이 풍성하다. 광주 롯데갤러리는 신년맞이 두번째 기획전으로 일상 속 겨울의 표정을 한데 마련했다. 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우리 동네 겨울이야기'이다.

평범해서 지나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계절 이야기를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회화와 공예, 미디어장르 등 11인의 참여작가는 우리의 잊혀진 기억 또는 감성을 상기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래된 동네의 낡은 골목길 풍경을 담은 조현 작가는 광주 학동의 재개발 지역과 남광주 시장의 뒷골목을 표현했다. 녹슨 방범창과 오래된 가로등, 얽히고설킨 전신주 아래를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에서 쓸쓸한 서정이 묻어난다.

눈 내리는 골목길이 즐거운 아이의 몸짓과 겨울 시래기에선 일상의 정겨움이 느껴진다.

눈 내리는 우산동의 골목 어귀를 그린 노여운 작가는 같은 장소에서의 시간성을 드러내며 일상을 기록한다. 구도심의 골목길이 내포하는 추억, 그리움 등의 감정과 사연들이 초저녁과 늦은 밤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축적된다.

눈 쌓인 무등산을 오르내리며 채집한 이미지들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박상화 작가는 자연에 동화돼가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며 일종의 환영을 만들어 냈다. 도심의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자연은 다양한 표정으로 위로를 건넨다.

앙상한 겨울 나무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소녀, 그 해 겨울의 눈 쌓인 정미소, 겨울 밤을 밝혀주는 간절한 호롱불처럼 반갑기 그지 없는 눈 속의 매화, 겨울 소나무가 적적한 언 강가,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설죽까지 계절의 감성을 시적 감성으로 함축한 소빈, 한희원, 이영식, 정명돈, 이이남 작가의 작품에선 슬픔과 그리움 회한의 감정들이 읽혀진다.

계림동의 눈길 가로등, 한겨울에도 공사가 한창인 농장다리, 돌담과 겨울나무가 정겨운 제주도의 여염집 풍경, 첫눈 내리는 이화동 골목길 등 박성완, 김승택, 양나희 작가는 우리 주변의 겨울일상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광주롯데갤러리 관계자는 "평범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한다. 때로는 겨울밤의 서걱거리는 공단 이불이 그립고, 입김 나오는 찬방에서 들었던 눈 오는 소리까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며 "시리도록 추웠지만 참 따스했던 우리네 겨울 일상. 하루 하루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겨울이 보다 가치 있는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정월 초하루가 껴 있는 무술년 2월 여느 때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sj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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