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혈육인가요, 이방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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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는 혈육인가요, 이방인인가요"
전남일보 '나는, 코례예츠 4세' 사진전
15일부터 ACC서 전시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
'고려인 디아스포라'
  • 입력 : 2018. 02.13(화) 21:00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이 얼어붙은 땅을 파 토굴을 만들어 거주했던 카자흐스탄 바슈토베. 고려인들은 이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구한말 한반도 격변기에 나라를 잃은 분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두만강을 건넜던 이들이 있다. 연해주, 만주, 시베리아에서 항일운동을 하며 불에 타 몰살되거나 철도레일에 묶여 수장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졌지만 정작 고국에서는 그들을 보듬지 못했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돼 유랑생활을 하며 설움과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야 했다. 조국이 해방을 맞았지만 남과 북 어디에도 갈 수 없었던 그들은 중앙아시아에 또 하나의 한국문화를 뿌리내렸다. 중앙아시아의 주류사회에 당당히 들어갔지만, 세대가 거듭할수록 고국을 향한 그리움은 짙어져갔다.

코레예츠, 즉 고려인들의 이야기다. 1992년 소련 붕괴 후 소수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민족주의 운동이 확산되자 고려인들은 다시 삶의 터전을 잃어가게 됐다. 하나 둘씩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 벌써 광주ㆍ전남에만 4000명, 전국적으로 5만5000명이다.

나라를 찾기 위해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에서 목숨을 걸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그들에 대한 태도는 낯선 이방인에 불과하다. 사회적 장벽과 언어적 어려움으로 막노동을 전전하고 아파도 의료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조가 고려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분류돼 3개월마다 중앙아시아로 돌아가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현실은 항일투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민망하기까지 하다.

본보는 고려인들이 더이상 이방인이 아닌 우리동포라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장을 마련한다.

'나는, 코레예츠 4세'이라는 주제로 15일부터 3월 29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복합6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본보가 지난 한해동안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그들의 인권문제를 취재한 결과물이다.

본보가 특별보도한 '고려인 디아스포라'는 고려인의 과거와 현재 삶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인권문제가 지역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라는 점을 강조해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전으로 마련된 전시는 연도별로 4부작으로 구성됐다. 전시 기획은 장경화 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이, 기획 보조로는 조선대 대학원에서 시각미술큐레이터를 전공하고 있는 이민주씨가 참여했다. 1부는 '연해주와 항일운동'을 주제로 고려인이 두만강으로 넘어간 이유와 항일운동 내용을 담았으며 2부는 '강제이주 6500㎞' 주제로 스탈린에 의해 무차별 숙청되고 강제이주 된 고려인의 아픔이 녹아있다.

3부에서는 '피어오른 생명의 꽃'을 주제로 강한생명력으로 척박한 중앙아시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주류사회에 들어갈 수 있었던 과정과 노력을, 4부는 '코레예츠의 귀환'으로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이 담겨있다.

이재욱 전남일보 사장은 "이번 전시는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 공동체로부터 시작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를 연결하는 순례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사회의 새로운 이웃인 고려인 동포들의 삶을 이해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 개막행사는 오는 27일 오후4시에 마련된다.

박상지 기자 sj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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