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기획자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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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그 많던 기획자는 어디로 갔을까
  • 입력 : 2018. 03.08(목) 21:00




문화전문인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역에서도 다양한 문화인력 양성사업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훈련받은 인력들은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지역 중소규모 문화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볼멘 소리다. 지역에서 양성과정을 통해 훈련된 인재들은 외부로 계속 유출되고 있다.혹은 사라지거나. 비슷한 교육과정이 무분별하게 생겨나면서 일련의 교육과정 또한 경쟁력을 잃었다. 어쩌다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을까. 함께 교육을 받던 기획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필자가 문화 분야에서 본격 일하게 된 때는 2014년 문체부 주최로 진행된 '아시아문화아카데미:ACA'를 수료하고 난 직후다.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대학 졸업 후 어떤 일을 해야 이 '문화판'이라는 곳에 들어올 수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관련 있는 전공분야를 찾아 가봤지만 직업으로서 연결점을 찾기 힘들었다. 방송국에 들어가야 하나. 박물관에 취직해야 하나 막연하게 고민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 대표를 알게 됐고 정말 우연하게 일을 시작하게 됐다. 시작할 당시 놀라웠던 점은 '문화기획자'라는 일이 직업으로서 존재한 분야구나 라는 점이었다. 별 것 아닌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졸업을 앞두고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획자로 경력을 쌓고 싶은데 어느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그 연결점을 찾지 못하고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경력이 한참 부족한 필자이지만 이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회초년생들의 메일을 받기도 했고, 취업지원을 미끼로 학생을 모집하는 전문인력양성 과정만 전전하다 문화판을 떠난 친구들도 알고 있다. 왜 고급 교육과정 훈련을 받은 그들에게 그 일이 적성에 맞는지 맞지 않는 지 확인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일까.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교육과정을 통해 훈련된 문화예술 전문인력들이 알맞은 일터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브릿지 컨설팅이다. 말 그대로 인력과 일터 사이에서 중간다리를 놓아줄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단, 도시재생지원센터, 청년센터 등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광주청년센터the숲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드림사업 일경험터' 사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과 인력이 필요한 청년기업을 중간지원조직인 청년센터에서 매칭해주는 사업이다. 청년센터의 위 사업은 문화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광주문화재단, 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문화예술분야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전문인력양성과정 참여자들의 경우 교육 수료 후 취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광주문화재단의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모집공고를 보면 수료생 대상으로 취업지원을 혜택으로 제시한 경우도 있다. 대부분 단기간 실습교육(현장배치) 형태다. 요즘 상황에서 공공기관을 일자리 창출로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 부담이 크다. 그것보다 민간기업 등 새로운 인력시장을 연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이 시급하다. 훈련받은 인력들에게 현장의 작은 일이라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잔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이 중소 문화기업에 투입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 신규 인력들을 길러내는 것만큼 기존 경력직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

청년들이 꿈을 꾸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꿈을 꾸게 했다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청년이 창업이나 창직을 원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사회는 청년들에게 남들과 다른 일을 하며 성공하라고 다그친다.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 새로운 시도, 도전이 청년의 특권이라 하지만 안전장치 없이 무조건 뛰어들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나 가혹하다. 인건비 책정과 경력인정 부분이 취약한 문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훈련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고자 하는 청년 기획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업무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중간지원조직을 필두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획자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중간다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꽃비

오월길문화기획단 달_comm 활동가ㆍ㈜쥬스컴퍼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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