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합동일자리박람회 한숨 소리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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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역 합동일자리박람회 한숨 소리 나온 이유?
필요한 구직자는 안오고… 참석자 90%가 고등학생
인사 관계자 "中企에 관심없고 주최측 홍보 부족탓"
구직자-기업 '미스매칭 해소' 취지 무색 '대책 필요'
  • 입력 : 2018. 04.26(목) 21:00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ㆍ전남 합동 일자리박람회' 행사장을 찾은 고등학생들과 구직자들이 각 기업들의 채용 부스에서 현장면접과 상담을 하고 있다. 나건호 수습기자 ghna@jnilbo.com


'제2회 광주ㆍ전남 합동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2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1전시관은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과 정장 차림의 구직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행사는 광주시ㆍ전남도ㆍ광주전남벤처중소기업청ㆍ병무청ㆍ한국전력ㆍ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후원했다.

행사장에는 광주ㆍ전남지역 우수 중소기업 80여 곳이 부스를 마련하고 면접에 한창이었다.

부스 앞에서 이력서를 들고 '안녕하십니까'를 혼자 되뇌이는 몇몇 구직자에게선 '꼭 취업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주최 측은 이날 3000여 명이 행사장을 다녀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인력의 '미스 매칭 해소'를 위해 구직자와 기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하는 일자리박람회의 취지와는 달리 구직자와 기업간 '미스매칭'은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의 90%가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특성화 고등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향후 취업을 고려해 여느 구직자들보다도 열띤 구직활동을 했지만 당장 채용을 원하는 참여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었다.

빛고을혁신산단 내 보안솔루션업체인 A기업 인사 담당자는 "2명을 채용하려고 박람회에 참여했는데 고등학생들만 보일 뿐 필요한 대학졸업자나 일반인 구직자는 별로 오지 않고 있다"며 "서울에서 이런 행사를 하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일반인 구직자들이 몰리는데 광주ㆍ전남지역은 일자리가 많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자리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스를 찾는 구직자의 발길이 없어 담당자가 휴대폰만 보면서 언제올지 모를 구직자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변압기ㆍ전력량계 제조업체인 B기업 관계자는 "지난 2월 나주공장을 준공했는데 생산직 3명을 채용하기 위해 참여했다"며 "행사 시작 2시간이 지났는데도 필요한 인력이 한 명도 오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필요 인력을 찾았지만 임금 등 조건이 맞지 않아 구인을 성사시킬수 있을 지 우려하는 업체도 있었다.

용접ㆍ기계가공조립업체인 C기업 인사담당자는 "이전 직장인 조선소에서 일하다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본 구직자가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었다"면서 "그런데 이전 직장과 임금 격차가 커서 구직자가 우려를 나타내 채용을 한다해도 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참여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일자리박람회에 일반인 구직자들이 발길을 찾지 않은 것은 주최 측의 홍보 부족 때문으로 여기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부스를 찾은 구직자들이 기업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았고, 일자리박람회에 대한 정보 자체도 부족해 보였다"며 "주최 측이 박람회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 이모(48)씨는 "박람회에 와서 보니 평소 알지 못했던 기업들의 정보를 알게 돼 큰 도움이 됐지만 면접에 참여해보니 업체에서 요구하는 자격 조건 등이 맞지 않아 구직자와 기업 간의 갭이 있는 것 같다"며 "단순히 박람회가 열린다는 홍보를 넘어 참여기업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려 준다면 많은 구직자들이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산단공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신입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보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 대졸자 또나 대졸 예정자들이 많이 오지 않은 것 같다"며 "우수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지역 청년들에게 더욱 알려 기업들의 인력난을 해소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