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7> 펄과 모래갯벌 조화…어민과 새들이 공존하는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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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7> 펄과 모래갯벌 조화…어민과 새들이 공존하는 천국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 7) 서천갯벌||갯벌에서 서식하는 생물 풍부||동죽, 바지락, 부류김 생산많아||지역어민들 생명줄 같은 터전||멸종 위기 물새들의 중간기착지||지속가능 생태관광 기반 구축 숙제
  • 입력 : 2022. 07.24(일) 13:01
  • 이용규 기자

서천갯벌은 펄갯벌과 모래갯벌이 조화롭게 형성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다양한 생물다양성은 먹잇감이 많다는 의미로, 많은 물떼새들이 찾는 중요한 기착지이다. 서천갯벌 일대 물떼새들. 서천군 제공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에 속한 서남해안 갯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풍성함'이다. 그 풍부함의 근원은 바다다. 낭만적 접근을 넘어 바다가 주는 넉넉함이 자리잡고 있다. 신안갯벌에서 서천갯벌에 이르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어민들은 행복하고 만족감이 넘쳐났다. 어촌 생활의 힘들고 지친 삶의 체념이 아니라 지역은 달라도 화수분같은 바다의 삶에 만족하게 여기는 것같았다. 충남 서천에서 만나는 어민들 역시 그랬다.

 서천 갯벌은 금강 하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장항읍, 마서면, 종천면, 비인면, 서면 등 5개읍면에 걸쳐 15개 섬으로 이뤄진 섬갯벌이다. 섬은 자연상태 원시성을 유지하고 해안 사구와 펄과 모래갯벌이 잘발달돼 있다. 펄과 모래갯벌의 조화로움은 금강하구에서 유입된 부유 퇴적물과 외해로 밀려나간 펄 퇴적물이 다시 조류에 의해 유부도와 근처 섬주변에서 만나 펄갯벌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모래갯벌이 발달한 서천갯벌에서 펄갯벌의 지질 특징을 보여주는 연유이다. 조화로운 펄과 모래갯벌 환경은 바지락, 동죽, 김, 파래, 쭈꾸미, 갑오징어, 대하, 꽃게 등 다양한 수산물을 풍성하게 키워내고 있다.

 이를 통계 자료로 보면 서천갯벌 일대에는 칠게, 버들 갯지렁이는 지천에 있고, 서해 비단고둥과 같은 갑각류, 연체동물 등 총 95종의 저서동물을 비롯해 어류 125종, 무척추동물 60종이 살고 있다. 여기에 물새 군집까지. 기초생산자로부터 저서동물을 거쳐 최종 소비자인 물새에 이르는 생태계 프로세스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서천갯벌은 어민들의 생활 터전이다. 서천갯벌에서 아낌없이 내주는 선물과 관련이 있다. 서천갯벌의 대표적 생물로는 동죽과 바지락, 김, 꽃게와 철새 등이다. 바지락과 동죽은 인근 고창 갯벌과 쌍벽을 이룬다. 우열을 가리자면 동죽의 종패를 고창에서 들여오니 생산량에서는 고창, 다음 순서가 맞을 것같다.

 김선태 마서면 죽전리 어촌계장은 "4물 때 바지락 채취 작업을 시작해 12물때까지 할 수 있는 데, 부부가 4~5시간 10일 정도 작업하면 300만원에서 400만원 소득을 올린다"고 했다.

서천갯벌은 바지락, 동죽 등 어패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서천갯벌의 환경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바지락, 동죽, 낙지잡이에 사용되는 도구들. 섬갯벌연구소 제공

 서천갯벌은 부류식 김 최대 양식지로도 알려졌다. 대체적으로 부류식 김양식지로 우선 완도를 꼽으나 서천이 완도보다 김 생산이 더 많다.

 서천에서 생산되는 김은 대부분 인근 광천 지역 조미김 공장 원료로 공급된다. 조미 김 원료인 물김은 서천 갯벌에서 생산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2차 가공은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서천갯벌에서는 자하, 대하, 중하 등 새우류도 많이 나온다. 최근 자하류 어족 보존 차원에서 채취에 대한 규제가 있어 어민들의 불만도 터저 나오고 있긴하다.

 서천갯벌에는 조간대 갯벌을 활용한 양식어업이 활성화돼 있다. 유부도를 중심으로 반경 5㎞ 이내 지역에는 총14건 총 허가 면적 395㏊ 양식 면허가 발급됐다. 이는 어민들의 고령화로,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과 맞물려 맨손어업의 미래를 가늠케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

 어민들의 서천갯벌 환경 여건 평가는 긍정적이다. 갯벌 환경에 민감한 동죽과 낙지 서식에 있어 눈에 띄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선태 어촌계장은 "동죽이 한때 없어 바다에서 채취하기 어려웠는데, 3년전부터 채취가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계속 종패 사업이 진행된 면도 있지만 갯벌 환경이 좋아진 것으로 볼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계장은 "서천갯벌에서 나오는 동죽의 색깔은 검고 예쁘며 상품 가치도 다른 지역것 보다 더 높다"고 자랑했다.

 동죽의 상품 기준은 색깔에 의한 평가가 중요하다. 검정색을 띠는 동죽이 하얀색 보다 상품가치가 높다. 뻘 환경에 가장 예민한 낙지의 대거 서식에도 고무적이다. 서천 갯벌에서 잡히는 서해안 세발낙지와는 달리 크기가 문어만한 대형 낙지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어민들은 3년마다 바다에 버려진 로프, 김발 등을 수거하는 어장 정화작업의 효과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천갯벌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보니 철새들의 천국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 이후 갈곳을 잃은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의 주요 중간 기착지이다.

 세칭 3대 철새 도래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금강 일대는 세계자연유산에 포함된 한국의 4개 갯벌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철새가 관찰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을 포함한 85종의 약 14만7000개체의 물새가 또 다른 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부도도 철새 이동에 있어 주목을 받는 지역이다. 검은머리물떼새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고, 3만5000개체의 붉은 어깨도요와 큰뒷부리도요가 관찰되는 곳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IUCN 적색 목록상 위급종으로 분류되는 넓적부리도요가 매년 2~6개체 관찰되고 있는 점이다. 전세계에서 넓적 부리도요새 추정 잔존 개체수는 300~600마리에 불과하다. 철새 전문가들에게 넓게는 서천갯벌, 좁게는 유부도의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서천갯벌 해변 주변에는 많은 사구가 형성돼 있었는데, 인공 구조물 설치 등으로 사구가 훼손됐다. 한 때 사구로 유명한 비인 해수욕장 현재 모습. 섬갯벌연구소 제공

 유부도를 중심으로 펄갯벌 상부에는 갈대, 천일사초, 해홍나물, 갯잔디 등 44종의 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모래갯벌 상부에는 사구가 존재해 다양한 서식지를 제공한다. 염습지와 사구는 육상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의 연결에 기여한다. 사구는 바람에 의해 모래가 이동해 퇴적된 언덕이나 등모양의 모래 언덕을 뜻한다. 해안과 육지 사이 바람의 작용에 의해 형성되나, 인공 구조물 조성으로 갯벌 주변 해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서천갯벌은 1960년대 부터 1980년까지 천일염 생산을 위한 염전과 간척지 조성으로 훼손을 당하기도 했다. 서천갯벌 일대의 많은 사구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지형 성상 변화도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이 어민들의 입장이다.

 서천 비인면 선도리 어촌체험마을 유승배 사무장은 "체험안내센터가 자리잡은 이 일대는 예전엔 사구가 있었다. 높은 사구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면서 "센터 바닥을 파보면 백모래가 나오는데 사구가 없어진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아쉬워 했다.

 갯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008년 세계습지의 날 서천군 서면(월호리) 비인면(다사리 장포리) 종천면(당정리) 및 유부도 일대 연안습지 15.3㎢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선포했다. 2009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서천 갯벌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 파트너로 지정되면서 철새 보호에도 주력하고 있다. 서산군과 지역 어민들은 철새 먹이주기 등 찾아온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서천갯벌 역시 그동안 개발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유부도 일대 모래 준설작업의 해양 생태환경 훼손과 인위적 방파제 건설에 따른 해양쓰레기 유입으로 천혜자연환경 훼손이 눈에띄게 나타나서다.

 서천갯벌도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동죽과 바지락, 물새들의 생태 자원을 활용한 녹색체험관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도리 체험마을 유승배 사무장은 "서천갯벌은 오염이 안돼 보존 가치가 높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직접 갯벌을 체험하면서 생태 자원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