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8> 건강한 생물 풍부…해양정원 탈바꿈 부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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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8> 건강한 생물 풍부…해양정원 탈바꿈 부푼꿈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 8) 서산 가로림만||서산·태안 연접한 항아리 모양 만||산란장 역할…꽃게·바지락·굴 등 지천||희귀종 점박이 물범 국내 유일 육역 관찰||법적 보호종 저어새 등 물새들의 천국 ||지역별 감태 등 테마공원으로 명소화
  • 입력 : 2022. 07.31(일) 17:00
  • 이용규 기자

충남 서산과 태안에 연접한 가로림만은 서해안 갯벌에서 생태계보고로 알려져있다. 가로림만은 서산과 태안이 마주보는 항아리 모양의 만이다. 이곳에는 갯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해양정원이 조성중에 있다. 가로림만 전경. (사)가로림만 생태관광협의회 제공

가로림만에서 생산되는 감태는 색깔이 검고 향기가 진해 초콜릿 분말, 미용 보습 팩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로림만에서 감태 채취하는 모습. (사)가로림만 생태관광협의회 제공

 충남 서산 가로림만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에 속하지 않는다. 인근의 서천갯벌이 세계 유산에 포함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산과 서천이 거리적으로 크게 떨어진 곳이 아닌 데도 제외된 것이다. 한국의 갯벌에 포함된 지역은 서천까지만 해당돼 우수한 서해안 갯벌이 강화도까지 펼쳐 있음에도 확대하지 못한 점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에서 조건부 꼬리표를 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한국 정부로서는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세계자연유산 지역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

 충남도가 갯벌 정책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갯벌환경 개선 차원에서 금강 해수 유통에 대한 논의도 어느 지역보다 빨랐고, 특히 발빠르게 해양정원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여 갯벌의 가치 증대에 앞장서고 있다. 아마도 서산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제외된 것은 충남도의 해양정원을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이지 않느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 달 23일 찾은 서산시 중왕면 중왕 포구. 포구 진입로 높게 세워진 '굴의 고장' 중리 어촌 체험마을 이라고 씌여진 안내 아치를 통과해 들어가니 '가로림만 해양정원 심사위원님 환영합니다'라고 내걸린 플래카드 글귀가 눈에 띄었다. 지역 갯벌과 관련해 최대 프로젝트인 해양정원에 대한 관심이 대단함이 느껴졌다. 바닷물이 빠진 항구에 정박된 소형 어선은 고즈넉한 항구 풍경을 자아냈음에도 어항 주변에서는 뉴딜사업 일환으로 인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지금까지 갯벌 취재 과정에서 본 항구 풍경과는 달랐다. 완전히 동적이었다. 중왕마을의 주민들은 가로림만이 주는 갯벌의 혜택을 풍성하게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박현규 중리 어촌계장은 "가로림만이 조석간만이 크고 수심이 낮아 산란장 역할을 하고 있어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맛있다"면서 "앞으로 가로림만 해양정원이 조성되면 갯벌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다"고 했다.

 중왕리 어민들이 바다에서 만나는 수산물은 바지락, 동죽, 굴 등 여느 서해안과 다르지 않으나, 남다르게 관심을 갖는 것이 감태이다. 신안을 비롯한 전남 서해안에서도 지천으로 볼 수 있는 해조류인 감태가 이 곳에서는 주요 소득 자원이어서다. 신안·무안 등지에서는 감태를 거의 무쳐먹거나 김치를 담가 먹는 것에 그치는 데, 중왕리가 속한 중리 어촌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가공 공장을 짓고 초콜릿, 분말·미용 보습용 팩 등 다양한 부가상품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감태 공장 수입은 고령화된 어촌 활성화와 주민 연금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어, 어촌의 선순환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로림만 감태는 전남 서해안 감태와 비교해 색깔이 검고 향기도 진하다는 것이 박 씨의 강조 포인트다. 중리 어촌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감태를 해양정원 테마로 다뤄 녹색 관광의 주요 아이템으로 활용할 구상까지 무궁무진한 어촌 활력의 콘텐츠로 삼고 있다.

 박현규 어촌계장은 "예전에 바다에 나가면 돈만 생각했는데, 가꾸지 않으면 어촌이 죽어갈 수 밖에 없고, 결국 어촌의 소멸을 부를 수 밖에 없다"면서 "바다의 가치를 알면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내려와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로림만은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호리병 모양의 만이다. 태안군 이원면 만대와 서산시 대산읍 벌말을 마주하고 항아리처럼 생이 긴 커다란 바위이다. 행정구역상 가로림만의 동쪽은 서산, 서쪽으로 태안군에 속한다. 전체 갯벌 면적은 81.9㎢로 서산 연안이 72.65%인 59.5㎢다. 생태계가 잘보존돼 있고 환경 가치 평가도 높다. 낙지, 바지락, 굴, 쭈꾸미, 꽃게 등 수산물이 풍부하다.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어장이 산란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로림만에서는 점박이 물범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역으로 관찰할 수 있다.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등 149종의 대형 저서동물이 서식하며 생태계 건강도 최상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외 법적 보호 바닷새 5종이 서식하고 있고 1202 개체가 출현하는 말그대로 생태계 보고다. 가로림만은 2016년 해양수산부에 의해 해양보호구역에 최초 지정됐고 2019년 확대 지정됐다. 높은 생물다양성과 해양 생태계 건강도를 인정받은 것이다.

가로림만은 천연기념물인 물범 서식지로 육역에서 관찰할 수 있어 생태 관광지로서 인기가 높다. 서산시 제공

 한 때 가로림만도 산업화의 거센 물결에 의해 간척과 매립사업이 진행됐고 인근 임해공단과 태안 화력발전소가 입지하는 등 대내외적 환경이 좋지는 않다. 무분별하게 생활폐수가 유입돼 연안의 수질이 악화되고 어류 등의 해양 자원 감소 등 해양 생태계가 몸살을 앓았다. 다행히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되면서 지역 주민과 갈등을 벌인 조력발전소 계획은 백지화됐다. 여전히 운영중인 태안 화력발전소는 향후 2기 추가 건설중에 있어 불안감은 상존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로리와 웅도를 잇는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추진되고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갯벌이 복원되면 생태 학습장이자 생태관광지로 어민들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산갯벌은 녹색 생태관광지로도 최적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생태관광 체험지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가까운 보령군이 갯벌 머드축제로 대박을 쳐서 갯벌 체험의 경쟁력은 입증됐다. 바지락캐기, 낙지잡이, 망둑어잡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거리는 준비돼 있다.

 가로림만에도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온다. 여기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와 국내 법적 보호종이 다수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법적 보호종 노랑부리백로, 큰고니,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의 우아한 자태를 관찰할 수 있다.

 저어새는 IUCN 적색 목록에 멸종 2단계 전인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개체수 보전을 위해 국내에서 인공 증식한 저어새를 2020년 7월 방사했고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와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젠 가로림만은 해양정원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충남도와 서산시, 태안군이 가로림만의 천혜의 해양 생태환경과 생태계를 국가자원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순천시가 육상에서 순천만정원을 조성해 생태 환경차원에서 선풍을 일으킨 것처럼 해양정원을 생태자원화하는 것이다. 가로림만 해양 정원 조성사업은 연안과 하구및 갯벌의 복원에 기반을 두고 훼손된 해양생태계 고유성을 회복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향후 가로림만 해양정원 내 하구 갯벌 등 복원 연안 오염원 관리시설 설치, 해수 유통으로 수질 개선 등을 추가로 진행해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갯벌 면적이 전국 최대를 보유하고 있는 전남도는 가로림만의 해양정원에 화들짝 놀라 뒤늦게 보성갯벌 등 여자만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정원사업에 합류했다.

 박현규 중리 어촌계장은 "우리 지역에는 감태공원을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즐거움을 주려하고 있다"며 "가로림만 해양정원이 조성되면 주민들에게는 소득증대는 물론 또 다른 갯벌 학습장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