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16> 휴식·서식·희귀종 번식하는 '새들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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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16> 휴식·서식·희귀종 번식하는 '새들의 낙원'
신안의 철새 ||압해도 갯벌 도요물떼새 등 천국||흑산권 400종…흰꼬리수리 활동||칠발도·구굴도 등 바다제비 번식||휴경지에 조·수수재배 먹이 공급||철새박물관 중심 조류 생태 교육||청소년들에 ‘철새마을학교’ 운영
  • 입력 : 2022. 10.10(월) 15:03
  • 이용규 기자

팔금 불무기도에서 펼쳐진 괭이갈매기들의 군무가 아름답다. 고경남 신안군청 과장 제공

 신안은 이동성 물새를 비롯한 각종 새들의 번식과 서식에 있어 중요한 지역이다. 신안지역에서 새들은 공간에 따라 크게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새들을 품는 갯벌과 섬은 사람의 간섭이 없고 광활하고 청정한데다, 물고기와 새우 등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다양한 새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갯벌에서는 도요물떼새, 저어새, 노랑부리백로가 주인공들이다. 주요 무대는 압해도 갯벌로, 검은머리물떼새 등 도요물떼새 2만여 개체가 2월 중순부터 번식지로 이동하기 전까지 먹이 활동을 한다. 지난 2019년에는 멸종위기 1급 노랑부리백로 150여마리가 처음으로 관찰됐다. 이 노랑부리백로는 영광 칠산군도 집단번식지에서 남하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갯벌 먹이와 휴식 등 좋은 서식 환경의 영향으로 파악된다. 압해도 대천리 갯벌은 도요물떼새의 봄과 가을 중간 기착지와 더불어 월동지여서, 동아시아 대양주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 중 한 곳이다.

 외해인 흑산도와 홍도는 이동하는 물새와 산새들의 중간기착지와 번식지로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홍도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철새 관련 국립 연구기관이 들어선 곳도 이런 연유에서 기인했다. 2005년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현재 국립공원 조류연구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에는 홍도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만 알려졌고, 새와의 관계성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조류 전문가들의 꾸준한 모니터링 결과에 의해 기록되지 않은 새들이 매년 발견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큰뒷부리도요떼. 고경남 신안군청 과장 제공

국립공원 조류연구센터가 지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관찰한 조사한 조류는 총 373종이다. 이 수치는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오는 조류 총 541종의 69%로 국내에서 이동하는 철새들의 주요한 포인트임을 방증해주고 있다. 흑산권에서 관찰된 새들은 노랑턱멧새, 동박새, 박새, 왜가리, 직박구리, 흰배지빠귀, 흰빰검둥오리, 왕새매, 제비 순서로 나타났다. 주로 봄과 가을에 많이 관찰되는 이름도 아름다운 작은 산새들로 몸무게가 10g 정도다.

 이 산새들이 홍도에 도착하는 시기는 종마다 차이가 있다. 알락할미새 노랑할미새 등이 가장 빨리 오고, 뻐꾸기와 두견이 등이 늦게 도착하는 편이다. 같은 종내에서도 일반적으로 봄철에는 암컷보다 수컷이 빨리 이동한다. 노랑턱멧새의 경우 수컷이 일주일 먼저 이동을 하는 데, 번식지에 둥지를 짓고 세력권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인도서는 바다새의 집단 번식과 서식에 천혜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칠발도, 구굴도, 소구굴도, 개린도 등 4곳에는 세계적 희귀종 바다제비가 12만여쌍이 서식하고 있을 정도다.

 흑산도와 홍도에서는 기후 변화에 의해 집단 서식지 환경이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조류들이 관찰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국제적 관심 대상종인 흰꼬리수리가 흑산도에 둥지를 틀고 있는 사실은 빅뉴스다. 날개를 편 길이가 2m가 넘는 대형조류인 흰꼬리수리는 국내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 보고가 돼 국내에서는 귀한 존재다. 그런데 2000년 흰꼬리수리 번식이 흑산도에서 확인된 것이다. 당시까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서 겨울 철새로 알려진 통설을 타파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홍도에서 흰꼬리수리가 5~10마리가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고, 겨울 한 철을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암수가 짝을 이뤄 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굴도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뿔쇠오리. 신안군 제공

 

특히 홍도에서는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공원 조류연구센터가 지난 2004년부터 흑산도와 홍도에서 철새의 이동경로를 조사하기 위해 매년 수천여마리의 조류에 가락지를 부착하고 있는데, 2013년까지 총 11종 15개체의 이동 경로가 확인됐다. 예를 들면 중국 동부, 러시아 남부에서 번식해 태국·베트남 등에서 월동하는 쇠개개비가 지난 2004~2008년 흑산도와 홍도에서 재포획됐다. 쇠개개비가 번식지에서 우리나라를 경유해 월동지로 이동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홍도에서 재포획된 이 쇠개개비들은 2004년 10월24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포획돼 쇠가락지를 부착했고 2004년 11월 홍도에서 잡혔다. 또 2001년 8월19일 일본 미야기현에서 쇠가락지를 부착한 쇠개개비는 2006년 5월9일 홍도에서 재포획돼 그동안 이력을 추적할 수 있었다.

 

노랑머리할미새. 신안군청 고경남과장 제공

검은머리방울새. 고경남 신안군청 과장 제공

 그러나 흑산도와 홍도에 수천킬로를 날아온 철새들은 에너지가 고갈되고 체력 저하로 판단력이나 천적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도피 능력이 떨어져 위험에 노출돼 있기도 한다.

 조류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간 기착지인 홍도에서 5년간 발생한 철새 사고는 전체 130종 1338개체였다. 들고양이에 의한 피해가 392건이었고, 유리창에 충돌해 비명횡사한 사건도 298건이나 자치했다. 인위적 요인에 의한 사고가 73%였다. 많은 해양성 조류들이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오염돼 죽기도 한다.

붉은가슴울새. 고경남 신안군청 과장 제공

 신안은 주요 바다새들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바다새는 전세계적으로 350종, 우리나라에는 38종이 보고돼있다. 우리에게 잘알려진 갈매기 종류도 있지만 신안에서 번식하는 주요 바다새는 이름이 생소한 뿔쇠오리. 바다쇠오리, 슴새 등이 있다. 신안의 외해인 칠발도,구굴도,소구굴도,개린도 등 4곳은 국제적인 바닷새 서식지이다. 이 중 바다제비는 한국의 6개 번식지 중 신안군에 구굴도, 칠발도 등 4곳의 집단 번식지가 있다. 이 지역에서는 전세계 개체군의 70% 이상에 해당되는 12만여개체가 번식, 서식한다.

 소구굴도는 흑산면 가거도 북쪽 약 2.5㎞에 위치해있는데 육지로부터 147㎞ 떨여져 있다. 고도 49m인 섬 정상 부분 능선과 사면에만 밀사초, 쇠무릎, 원추리 등의 초지가 분포한다. 바다제비 500여쌍이 번식하고 있다. 개린도도 밀사초 군락으로 구성된 초지로 바다제비가 3000여쌍 번식하고 있다

 구굴도는문화재청에 의해 198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바다제비는 7만여쌍, 뿔쇠오리와 바다쇠오리는 2000~3000여쌍 서식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전세계적으로 1만여 개체만 남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 수백 여마리 번식이 확인돼, 국내외 관심을 끄는 지역이다.

알락할미새. 고경남 신안군청 과장 제공

 신안군은 흑산도, 홍도, 가거도가 철새 서식지로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주민 철새 인식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부터 철새에게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는 생물다양성 관리 계약사업이다.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사업 대상 면적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고경남 신안군 세계유산과장은 "신안이 철새들의 중간 기찾기와 철새들의 번식지,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남은 번식지 등 역할이 아주 크다" 면서 "우리 지역의 흑산도와 홍도 등을 찾는 철새들의 휴식과 번식을 위해 철새 보호 및 생물성 다양성 증진을 위해 철새 먹이주기 위한 농작물 경작에 주민 호응이 높아 대상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 과장은" 철새 먹이주 기사업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철새 등 자연환경을 교육하기 위해 홍도 철새박물관을 중심으로 철새마을학교를 지속적으로 개최, 신안의 자연적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안군은 휴경지에 조를 농민과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을 찾는 철새들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바다새들의 안전지대로 인식된 무인도나 해안 절벽도 위협을 받고 있다. 운송수단의 발달, 사람들의 출입을 통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외딴 섬들도 안전하지 않는 것이다.

 신안에서 많이 번식하는 바다제비 주요 서식지는 밀사초 군락이다. 밀사초의 늘어진 잎은 커튼처럼 둥지를 은폐한다. 반면 침입식물인 쑥, 억새, 쇠무릎 등은 성장속도가 빨라 키가 작은 밀사초를 고사시킨다. 바다제비 주요 번식지인 칠발도, 구굴도, 소구굴도, 개린도 등 4곳에 식생 조사 결과 구굴도와 개린도의 밀사초 비율이 90% 이상 높아 아직 서식지가 훼손되지 않았으나 칠발도와 소구굴도의 약 30-40%가 침입 식물의 비율이 높다. 쇠무릎은 바다제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가을 쇠무릎은 갈고리 형태의 열매를 맺는데 바다제비의 날개가 열매에 엉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바다제비는 육지에서 움직임이 둔하고 날개는 장거리 비행에 알맞게 길고 폭이 좁아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한번 엉키면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한다. 2009년에 칠발도에서 1000여개체의 바다제비가 쇠무릎에 걸려 죽는 '대형 참사'가 확인됐다.

신안군은 철새학교를 열어 미래세대들에게 철새보호를 위한 다양한 철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신안군과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는 침입 식생에 의해 바다제비 피해를 확인했고 학계 전문가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복원 활동을 하고 있다. 쇠무릎 제거만이 아닌 그 자리에 밀사초를 이식해 다른 식물이 자랄수 있는 공간을 없애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