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임금보장" vs "기업에 과도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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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최소한의 임금보장" vs "기업에 과도한 부담"
●화물연대 총파업 안전운임제 갈등||'화물 운송업계 최저임금' 두고 대립||노동자 "과속·과적·임금 안전장치"||화주 "비용 급증… 새 대책 필요해 "
  • 입력 : 2022. 11.23(수) 17:41
  • 정성현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민노총 광주지부 조합원들이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국민의 안전과 노동자 기본권 보장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4일 자정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총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가 재차 파업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올해 종료될 '안전운임제' 때문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적용 품목 확대 등 기존안 상정을 고수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갈등 왜?

'화물 운송업계의 최저임금'이라고 불리는 안전운임제는 과거 최저 운임 없이 박봉에 시달렸던 화물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됐다. 일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 운행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로서, 이를 어긴 화주에게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문제는 안전운임제에 '시한'과 '품목'이 정해져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통과된 법은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운용하고 이후 종료'시키는 일몰제를 적용했다. 품목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등 2가지로 한정했다. 별도의 법 개정이 없다면 안전운임제는 오는 12월31일 폐지된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한차례 총파업을 진행한 이유도 일몰제 폐지와 전 품목 적용 확대·운송료 인상 등을 위해서였다. 당시 노·정은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합의하며 8일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안전운임제 시행성과를 보고하고 입법 논의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 5개월간 단 한차례의 회의만 진행하는 등 큰 진전이 없었고,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6월7일 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안전운임 개악 저지·일몰제 폐지를"

총파업에 나서는 화물 노동자들의 입장은 완고하다.

당·정은 지난 22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당정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화주 책임을 삭제한 반쪽짜리 연장안'이라며 일몰제 폐지·적용 품목 확대 등 기존안이 통과될 때까지 총파업을 접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류규열 화물연대 광주지회장은 "'안전운임제를 왜 시행했는가'에 대한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노동 소득을 보호하고 화물노동자의 과로·과적·과속 운행을 방지하자는 것 아니었나"라며 "이는 국가가 당연히 보호해 줘야 하는 것이다. 현재 노동자들은 지난 6월 요구했던 안보다 적용 품목을 5가지(철강재·자동차·위험물·곡물·택배)로 줄이는 등 한발 물러선 내용으로 협상하고 있다. 정부는 화주들 편에서 이 사안을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도 "이번 총파업은 하염없이 시간만 흐르다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않은 '정부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거다. 정부의 '3년 연장안'은 당장의 사안을 가리기 위한 꼼수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사안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토대로 결정됐다"며 "이 개정안에는 그동안 화주들이 제기해 온 '제도 폐기 입장'을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 구실만 좋을 뿐, 실질적으로는 안전운임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안전운임제 폐지…새 제도 도입을"

화주 기업·경제단체들은 화물연대 파업의 쟁점인 안전운임제를 예정대로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 운송의 절반을 차지하는 단거리 요금이 최대 42%까지 오르는 등 운송료 부담이 상당해졌다"며 "현재 한국 경제는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만큼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파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정부와 국회가 차주-화주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며 "대안으로는 디지털 운행 기록 제출 의무화 등 과학적·실증적 방법으로 화물차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명한 광주전남레미콘협동조합 부장은 "시멘트를 운반하는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특수 차량이 멈추면 대체 수단이 없다"며 "레미콘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광주서 진행하는 도시철도·선운지구 등 각종 공사 현장에서 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에서 차주-화주 입장을 고려한 균형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