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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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코로나 이별
이용규 논설실장
  • 입력 : 2023. 01.10(화) 15:29
이용규 논설실장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중국이 ‘위드 코로나’ 일환으로 자국민들의 해외 여행 자유화와 중국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격리 조치 완화 등 빗장을 걷어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는 출입국이 자유로워진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많아진 것이 반가우면서도 내심 입국자들의 감염원 차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팬데믹 4년째 코로나19가 노년층에는 치명적임을 실감한다. 인공호흡기 또는 에크모(체외막 산소 공급장치) 등 치료를 받는 코로나 위중증 환자는 대부분 60세 이상이다.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는 3만2669명으로 치명률은 0.11%다. 위중증 환자들은 음압격리병실에서 코로나 균과 나홀로 사투를 벌여야한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들만이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뿐이다. 고통, 정적, 고독 등은 환자가 감수해야할 숙명이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음압 격리병실에서 최대 20일간 머무른다. 이 기간이 지나면 코로나19 상황 호전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병실로 옮겨진다. 만약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폐렴으로 전이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거의 망가진 폐기능으로 인해 환자가 두다리로 걸어 병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갈 확률이 희박해서다. 사실상 목숨이 경각에 달려, 위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할 수도 있다. 환자와 가족들은 연명 치료라는 근원적 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하게된다. 환자 가족으로서는 제아무리 “연명 치료 반대”라는 입장을 갖고 있어도 목전에서 촌각을 다투는 가족의 죽음앞에서 가장 긴 시간의 인간적 고뇌와 함께 평소 소신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지 않고 정신이 또렷하면 전화 통화는 가능하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가 병실밖의 가족, 친지와의 유일한 소통 방식이다. 그러나 자가 호흡을 거의 하지 못해 힘에 겨운 환자와의 통화는 쉽지않아 안타까운 상황만 연출된다.
 코로나19 환자의 죽음은 또 하나의 고독사이다. 환자는 격리 병실에서 그의 육체를 서서히 파고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 힘을 다해 저항하나, 거의 기능을 잃어간 폐 때문에 몰아쉬는 숨소리는 그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그 소리는 가족들에게 아픔과 고통으로 다가온다. 죽음이 임박했을지라도 임종도 지켜볼 수 없고 그저 병원 관계자가 알려주는 통화에 의해 환자의 사망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지상에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고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과 한 명이라도 더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 생명끈을 잡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짠하고 가슴이 아프다. 현대의학으로서도 손을 쓸 수 없는 현실앞에서 체념과 함께 절망할 수 밖에 없다. 밤마다 홀로 병실에서 맞이하는 죽음과의 대면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말문이 막힌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수는 감소한다고 하나 전국적으로 500여명에 달하는 위중증 환자가 걱정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 19 전염병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지구가 기후위기로 감염병이 증식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 바이러스와 고독사, 팬데믹 시대에 지구촌 사람들에게 드리워진 황망하고도 슬픈 그림자다. 최근 코로나19 위중증으로 하늘나라로 떠나신 장모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