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 라의눈 제공 |
역사는 사실이라기보다 바라보는 방법에 가깝다. 책은 함세웅 신부라는 프리즘을 통해 펼쳐지는, 해방에서 촛불까지 대한민국 격동의 역사다. 불의와 독재에 맞서 싸운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 대한 오마주이며,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다시 한 번 가슴에 되새기는 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해방의 기쁨과 자주국가에 대한 기대를 담은 ‘조선건국위원회’부터 민중의 힘을 확인시킨 ‘4·19 불사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유신헌법 철폐’를 거쳐 ‘6월항쟁’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이르기까지 52개의 이야기를 함세웅 신부의 자전적 체험과 함께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 인권운동, 노동운동, 통일운동의 역사도 한 권에 담아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껍데기는 가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 당시에 회자된 구호를 ‘획이 울부짖듯’ 써내려 간 휘호도 신부가 평생 간직했던 마음처럼 묵직하다.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활동한 신부답게 심장을 찢어라, 너 어디 있느냐, 암흑 속의 횃불 등의 휘호에서는 억눌린 자의 대변자이면서 양심세력의 보루였던 함 신부의 결기가 느껴진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추천사에서 ‘양심을 깨우는 시대의 선지자’라며 ‘책이 주는 교훈을 함께 나눈다면 우리 역사의 진보에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용환 기자 yonghwan.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