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5-1> 선거구제 개편·정치 개혁… 새해 벽두부터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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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85-1> 선거구제 개편·정치 개혁… 새해 벽두부터 후끈
양당 독점… 진영·팬덤정치 심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개혁 절실
중대선거구제 등 논의 급물살 속
정치권, 유불리 놓고 셈법 치열
국민통합형 개헌 논의도 전면에
  • 입력 : 2023. 01.15(일) 18:20
  •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전환정치개혁연대(준)·정치개혁2050·더불어민주당 전국정당위원회 등 주최로 열린 2023년 정치개혁의 해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소선구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새해벽두부터 선거제도와 정치 개혁에 대한 담론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야권에선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과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으로 화답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난 1988년부터 시작됐다.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당선자가 아닌 후보에게 준 유권자의 표는 사표(死票)가 돼버린다.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이 떨어진다. 정당이 얻은 득표와 의석이 일치되지 않는 승자 독식으로 거대 양당은 더 많은 의석을 갖게되고, 나머지 정당은 의석이 줄면서 민심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거대 정당 후보가 아닌 인물이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를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거대 양당 고착화는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 진영을 나누고, 팬덤을 키우며 배제와 혐오, 대립의 정치를 불러왔다.

이런 탓에 선거제를 바꿀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다. 소선거구제는 253개 지역구에서 한 명씩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지만,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현 지역구를 합쳐 50개로 지역구 숫자를 줄이고, 각 지역구에서 5명까지 당선인을 배출할 수 있다. 사표를 줄이고, 특정 정당이 의석 수를 독식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한 지역구에 여러 정당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어서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고, 지역성이 약한 소수 정당도 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당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넓어진 지역구로 인해 인구 저밀도 지역이 소외돼 지역 대표성이 약화되고, 당선자의 득표율에 차이가 발생해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당내 파벌 정치가 심화되고, 장기적으로 거대 정당과 기존 유력 정치인들 위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한 일본에서도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 정치가 심화돼 소선거구제로 돌아갔다.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에선 유불리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지역구에 따라 의원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표면적으로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도입 여부를 두고는 당을 떠나 이견이 분출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04석을 석권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영남 65석 중 56석을 휩쓸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2위 득표율을 바탕으로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절반 가까이 의석이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역시 마찬가지다. 텃밭에서의 일당 독식이 깨지게 된다. 다만 2인이나 3인 선거구 위주의 중선거구제로 운용할 경우 또다시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 제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진보당 등 정치권 일각에선 권역별 대선거구제(스웨덴식 비례대표제)로 정치개혁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행처럼 지역구에서 후보에게만 찍는 것이 아니라 정당과 후보를 모두 찍을 수 있도록 해,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의석 수를 먼저 확정한 후 각 정당의 당선자는 후보자별 득표순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지난 2020년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제 결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소선거구 3~5개를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하고 의원 2~4명을 선출하면 중선거구당 1석씩을 비례의석으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다.

또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지역에는 중대선거구제, 인구밀도가 낮은 농산어촌에는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도’도 현행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지금이 선거제, 나아가 정치 개혁의 적기로 보는 분위기다. 여야 의원 49명은 지난해 연말부터 ‘초당적 정치개혁 연속토론’ 등을 진행하고 있고, 민주당에선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는 내용 등의 정치개혁을 오는 4월 마무리 짓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선거제 개혁을 위해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국회 전원위원회 토론을, 국민통합형 개헌을 위해선 국민 참여를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정치관계법부터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의석 수가 크게 변할 수 있어서 선거룰을 놓고 의석 수 계산 등 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인 4월 10일까지 마쳐야 한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