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가볍지 않은 만화의 묵직한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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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결코 가볍지 않은 만화의 묵직한 경종
박향미 일러스트 풍자 카툰전
31일까지 오월미술관
정치·사회 카툰 20여 점 전시
  • 입력 : 2023. 01.19(목) 15:05
  •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박향미 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광주 출신 박향미 일러스트레이터는 중2때 5·18을 겪었다. 당시 받았던 충격을 제외하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학생으로 서울에서 미대를 졸업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스토리가 있는 그림을 추구 하다 보니 일러스트, 카툰, 만화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어린이 동화책, 실용서 등 15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고 한겨레, 내일, 여성 신문사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 보니 50대가 됐다고 한다. 광주 출신으로 5·18을 겪어서일까, 아니면 진보지로 알려진 언론사에서 일한 영향 탓일까. 그가 일상 속에서 풍자카툰을 통해 나눠온 소통은 종종 뼈를 때리는 내용을 담고있다. 페이스북에 주1회 피드를 올리면서 ‘페친’들의 열띤 응원과 관심을 받아온 박향미 작가의 풍자카툰들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받고있다.

오는 31일까지 광주 동구 오월미술관에는 ‘세상이 이상해’라는 타이틀로 풍자카툰 2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두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번째 섹션인 ‘세상이 이상해’는 대통령 선거 이후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의 복원을 격려하는 마음을 담았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사람들은 집단 무기력과 우울증의 나락에 빠졌는데, 병원에 가도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의사들도 그 병으로 아픈 ‘웃픈’이유 때문이다. 작가는 대통령 지지율 20%를 감안하면 전 국민의 80%가 앓게 된 정치 우울증을 어떻게 이겨내고 다시 편안한 평범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예술가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다만 위트와 유머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 맑게 하는 정신 비타민을 쏘아 올릴 수는 있다. 카툰은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섹션에 전시된 카툰들은 공감을 통해 위로를 주고 웃음을 통해 치유하며, 나아가서는 본질을 바라보는 통찰까지도 선물한다.

첫번째 섹션이 이 시대 우울함에 대한 대안으로 정치카툰을 그렸다면, 두번째 섹션인 ‘잼칠라와 개딸들’에서는 한 시대를 살아왔고 현재 살아가고 있는 젊은 시민들과 공감하기 위한 부대전시다. 작가는 잼칠라로 칭해지는 이재명, 그리고 그의 어린 소년공 시절과 개딸 양아들로 칭해지는 한국의 2030세대가 겪는 시절을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2022년에 이들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자며 응원을 보낸다.

카툰 속 개딸은 정치인의 자발적 문화적 팬덤으로 한국사회의 민주적 보물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들이 탄생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한 시대를 사는 예술가로서 매우 행운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아울러 50대인 작가는 ‘개딸’들에게 부모 세대인 ‘잼칠라’의 성장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풍자카툰을 엮어 ‘이재명의 꿈’이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판한 바 있지만, 지난해 대선 이후 제목에 ‘이재명’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절판됐다. 절판된 책은 한국사회 1970년대의 젊은이들의 고된 삶을 카툰으로 경쾌하게 담아냈다.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게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10분이면 100페이지를 다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20점을 선별했다.

박향미 작가는 “2023년에도 나는 작은 비타민 카툰을 쏘아 올릴 것”이라며 “누군가 위안받길 바라며, 마음 따뜻하게 함께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림 그리는 나도 위안받고 이 시대를 잘 버티며 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향미 작 ‘영정없는 애도’
박향미 작 ‘에덴동산 식물언론가꾸기’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