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 날 폭설 속 시민 이동 도운 광주경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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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
휴무 날 폭설 속 시민 이동 도운 광주경찰 화제
광산경찰 강력 5팀 박화영 경장
시민 제보 통해 SNS 영상 퍼져
2시간 동안 차량 20여 대 밀어
“당연히 할 일… 든든한 경찰 꿈”
  • 입력 : 2023. 01.26(목) 17:1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에서 폭설이 내린 지난 12월 23일 북구 신용동의 한 도로에서 휴무 날 인근을 지나던 광주 광산경찰 박화영 경장이 교통정리를 돕고 있다. 사진은 시민 제보 영상. 광주경찰청 제공
광주 광산경찰 강력 5팀 박화영 경장.
쉬는 날, 폭설로 오르막길 통행이 어려워지자 이를 막고 차량를 밀면서 교통정리에 나선 경찰이 있어 화제다.

미담의 주인공은 광주 광산경찰 강력 5팀의 박화영(27) 경장.

박 경장의 미담이 알려진 것은 그가 차를 밀어 올리는 모습을 촬영한 한 시민이 경찰청에 해당 영상을 보내면서부터다.

박 경장은 “영상 제보를 받은 본청에서 본인이 맞냐고 연락이 왔다. 경찰로서 곤경에 처한 시민을 도운 것뿐인데,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사연은 한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에서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 23일 북구 신용동의 한 도로.

무서운 속도로 쌓인 눈에 차들이 엉금엉금 가더니, 급기야 눈에 빠져 헛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마침 인근을 지나던 박 경장은 휴무 날이었지만 이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무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장장 2시간을 오르막길에서 눈밭에 빠진 차량을 밀었다.

“집에 오니깐 땀 때문에 양말까지 다 젖었더라고요. 운동했다 생각했습니다.”

정신없이 사람들을 돕다보니 옆에서 시민이 영상을 찍는 줄도 몰랐다. 한 시민이 “누구신데, 도로가 위험한데도 일을 돕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그냥 경찰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다 영상 제보를 받은 광주경찰청은 수소문 끝에 영상의 주인공을 찾았다. 시민의 제보 영상은 SNS에 공유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소에도 곤경에 빠진 상황에 주저하지 않고 나서서 별명이 ‘박엄마’다. 한번은 친구들과 휴가를 즐기러 여행을 가던 중, 굴을 실은 트럭인 전복된 것을 발견한 적 있었는데 그때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쏟아진 굴을 주워 담고 차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신호봉을 꺼내 교통정리를 마무리했다.

박 경장은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큰 뜻이 있어서 나선 것은 아니다. 경찰로서 당연히 시민을 도와야 하니깐 행동이 먼저 앞선 것 같다”며 “폭설 때도 주위에서 시민들이 하나둘 조금씩 도왔다. 2차 사고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박 경장은 군 제대 후 바로 경찰 시험에 합격하면서 23살에 순경 생활을 시작했다. 지구대, 기동대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광주 광산경찰 형사과로 발령받아 수사업무를 시작했다. 짧은 형사과 생활이지만, 범인을 추적할 때만큼은 베테랑 형사가 된다.

절도범을 현장 검거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상습 절도범을 추적하다 피의자가 마침 터미널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탄 정황이 포착돼 그 길로 차를 몰았다.

박 경장은 “30분 정도 늦게 출발한 터라 범인이 먼저 터미널에 도착에서 이미 자리를 떴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내가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주변 수색을 하다 여수에 도착해 택시를 타려던 피의자를 발견하고 현장 검거했다”며 “치안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일은 힘들지만, 업무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박 경장은 “직접 여러 범인을 대면하다 보니 위험한 일도 많지만, 뿌듯하다”며 “시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광산구를 위해 일조하고 싶다. 공정하고 멋있는 경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