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난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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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고작 난방비?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3. 01.29(일) 16:46
노병하 사회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계절은 ‘겨울’이다. 드러나는 옷부터가 가난을 처절하게 보여주는데다, 낡고 허름한 집이다 보니 외풍을 견디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일상이자 공포다.

더욱이 올 겨울은 얼마나 추웠나. 수십만원짜리 패딩을 둘러 쓰고도 추워서 벌벌떠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 추위 속 광주의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몇만원짜리 전기장판과 오래된 솜이불 등이었다. 다행히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지역에서는 다만 몇시간이라도 난방을 틀어 놓아 손을 녹일수 있었다. 이 역시 외풍에 의해 보일러를 끄면 순식간에 차가워지지만, 트는 순간은 사람 대접을 받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런 이들이 이 추운날 보일러를 끈다. 40% 가량 오른 난방비를 감당할수 없어서다. 잠잘 때만 틀어 놓고 자도 다음달 이들에게 날아오는 고지서는 눈에서 눈물을 빼게 만들기 충분하다.

살기 위해서 보일러를 눌러야 할 그들의 손은 이 스위치를 누르면 다음달부터는 라면 하나 살 돈 없이 버텨야 한다는 절박함에 의해 스스로 꺼버린다. 이것은 ‘살인 방조’다.

우리가 세금을 내는 이유는 나라를 유지함도 있지만, 일상에서 다소 뒤처지는 많은 이들을 사회라는 이름으로 보듬어 안기 위함도 있다. 그것이 인류가 지구에서 지금까지 번영한 이유다. 인류는 약육강식의 동물세계에서 울타리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서 개인이 아닌 집단의 소속감과 힘을 키웠고, 나아가 도덕과 법규를 만들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우리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강자만이 살아남았다면 지금의 인류는 이런 모습이 될 수가 없다.

어디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만 문제겠는가. 취업을 위해 홀로 고시원이나 좁은 원룸에서 버티고 있는 청춘들, 저임금과 과한 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 가스비를 감당 못하는 비닐하우스 재배 농가들. 이들 모두 턱 아래까지 차가운 추위가 올라와 있다.

그래, 답 좀 들어보자. 가스비가 오를 것이라는 수많은 경고들이 있었음에도 행정부는 뭘 했는가? 대책이라는 것을 만들기는 했는가? 저 약한 이들이 쓰러지고 나면, 다음은 누구 차례일 것 같은가? 상당수의 국민들? 아니다. 이를 방치한 관료와 정치인들, 바로 당신들이다.

지난 2021년 7월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공인받았다. 난방비 폭탄에 떨리는 손으로 보일러를 끄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정말 선진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