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판화 작품으로 만나는 ‘양림동 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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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판화 작품으로 만나는 ‘양림동 골목 풍경’
양림동 판타블로
이민 | 스타북스 | 2만원
  • 입력 : 2023. 02.23(목) 13:3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이민 판화작가가 오는 3월18일까지 김냇과에서 개인전 ‘양림동 판타블로’를 연다.
광주 동구 대인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올해 첫 전시를 시작했다.

주인공은 정감 어린 골목과 가난한 풍경을 다뤄온 이민 판화작가. 이번 전시는 최근 출판된 남구 양림동 일대 등을 담은 판화 작품 99점과 작가의 짧은 사색이 담긴 산문화집 ‘양림동 판타블로’까지 만날 수 있다.

오는 3월18일까지 김냇과에서 이민 작가의 개인전 ‘양림동 판타블로’가 진행된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양림동을 테마로 한 작품 15점과 제주도를 그려낸 작품 23점 등 총 38점을 선보인다. 전시회서 볼 수 없는 작품은 책 ‘양림동 판타블로’를 통해 작가의 오프라인 해설까지 더해져 엿볼 수 있다.

판타블로는 라틴어로 ‘넓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이라는 pan이라는 의미와 프랑스어로 ‘탁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림, 이미지’라는 의미가 내포된 Tableau가 합성된 말이다. 즉 판화를 통해 회화적 감성까지 담아낸 이민 작가의 회화와 판화를 모두 포함한 작품행위를 말한다.

이민 작가에게 판타블로는 기법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판화는 압력에 의해 복제되고 선과 화면이 평면적으로 보여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양화는 작가의 테크닉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색상과 붓의 움직임에 의해 작품이 완성된다. 이런 특징의 판화와 서양화를 접목시킨 판타블로 기법을 통해 이 작가는 판화의 특성인 ‘복제’는 배제하고 날카로운 선은 더 도드라지도록 해 서양화처럼 캔버스에 다채로운 색상을 입힌다. 회화적으로 장르를 넓히고자 한 이 작가의 고민과 독특한 세계관이다.

왜 양림인가? 민주화의 성지 금남로도 아니고 구도심의 시초 충장로도 아니고 자칭 동리단길로 떠오른 동명동도 아니다. 이민 작가에게 양림동은 아련한 생의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다. 아버지와 손을 잡고 걸었던 길, 형과 짜장면을 사 먹던 거리, 1980년 5월 데모하러 나간 형을 기다리고 찾아 나선 골목, 벗들과 밤새 어울리던 공간들…. 이 작가는 좁은 작은 양림동 안에 자신을 기록해왔다.

이민 작가는 “양림동에는 죽고 살아가는 스토리가 있다. 어린아이가 묻혔던 묘지, 일제강점기 때 어렵게 살던 근로자 사택, 5·18 때 계엄군을 피해 좁다란 골목을 따라 도망친 기억들, 오래된 음식점 등 삶의 이야기가 숨 쉬는 곳이다”며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양림 작품들과 전시회, 책을 준비했다. 양림동만의 감성이 떠오르면서 외지인이 많이 찾는 동네가 됐는데 정작 광주시민들에게 새로운 양림을 감상하고 추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민 작가는 ‘양림’ 말고도 지역에서 아너소사이어티 예술가 1호라는 타이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양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애착이 커져 양림 작품의 판매수익을 기부하기로 했다. 양림 판타블로 시리즈 판매액 8300만원에다가 사비 1700만원을 더해 지난해 4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을 기부했다. 이민 작가는 감사한 마음에 이번 책에 구매자 명단을 싣기도 했다.

광주 출신의 이민 작가는 1981년 조선대 미술대학에 입학해 서양화를 전공하고 일본 동경 다마미미술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1984년 삼성문화재단 작품소장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과, 일본 마찌다판화박물관, 영국 대영제국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현재까지 한국, 일본, 미국, 독일에서 개인전 및 초대전을 85회 열었으며 판화와 서양화를 접목시킨 판타블로라는 독특한 기법을 창안해 호평을 받고 있다.
양림동 판타블로.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